3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작년 같은 달보다 3.1% 올랐다고 통계청이 2일 발표했다. 지난 1월 2%대로 낮아졌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에 이어 2개월째 3%를 넘어섰다. 물가 상승의 주요인은 20.5% 오른 농산물로 두 달 연속 20%대를 유지했다. 특히 사과가 88.2% 상승해 통계 작성 이후 최대폭을 기록했다. 배(87.8%), 귤(68.4%) 등 다른 과일도 일제히 올랐다.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자, 정부는 지난달 18일 1,500억 원 규모의 긴급 농축산물가격안정자금을 투입하기로 하는 등 물가 억제에 나섰으나, 아직 뚜렷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결국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 “국민이 체감할 수 있을 때까지 가격안정자금을 무제한, 무기한 투입하고 지원 대상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 지시 직전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가격안정자금 투입이 늘어나면서, 3월이 연간 물가의 정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음에도, 더 강력한 대책을 주문한 것이다.
대통령이 나서는 것만으로도 가격 안정 효과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재정을 동원한 과도한 개입은 자칫 더 큰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선 인위적으로 과일값을 낮추면 그만큼 수요가 늘어나 가격 통제 효과가 감소하게 된다. 특히 제철 과일이 아닌 사과나 배의 가격 통제에만 집중하면 제철 과일을 출하하는 농부들에게 손해를 끼치고, 유통업자 지갑만 불릴 가능성도 있다.
게다가 지난달 유가가 1.2% 올라 14개월간 이어지던 하락세가 멈추는 등 농산물 이외 부문에도 물가 불안이 확산하고 있다. 여기에 총선 이후로 미뤄 놓았던 전기·가스 요금을 비롯한 공공요금 인상 요구도 잠복해 있는 상황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월 “물가가 굉장히 울퉁불퉁한 길을 내려오고 있다”며 금리 인하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힌 것도 이런 불안 요소들을 지적한 것이다. 언제 발생할지 모를 돌발적 물가 상승의 충격을 최소화하려면 재정은 꼭 필요한 곳에 사용하는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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