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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협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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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에 참으로 다양한 위인전을 읽었다. 세종대왕, 이순신 장군 등 한국의 위인뿐 아니라 간디, 만델라 등 해외 위인들의 업적도 알아야 했다. 부모님은 위인에게 자극받고 자라길 바라는 마음으로 사주셨겠으나 훌륭한 인테리어 소품이 되고야 말았다.
어릴 적 읽었던 위인전과 달리 세상에는 참된 위인들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하지만 반면교사가 될 만한 사람은 주변에 너무나 많다. 그래도 다행이다. 가까이에서 그들의 모습을 보며 그들과 달리 행동하기만 해도 꽤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몇 달간 대한민국의 반면교사가 된 두 협회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대한’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뜨거운 관심을 받는 대한축구협회와 대한의사협회다. 우선 두 협회의 잘못을 간략하게 짚고 거기서 우리가 배울 만한 점을 찾아보자.
축구협회는 시스템을 무시하고 검증되지 않은 사람을 국가대표 감독으로 뽑았다. 대표팀 선수들을 지키기는커녕 선수단 내부의 갈등을 인정하는 인터뷰로 언론의 관심을 돌렸다. 협회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글귀가 적힌 관중의 깃발을 강제로 탈취하기도 했다.
의사협회는 연속된 실언으로 의견에 동조하는 사람들마저 등 돌리게 만들었다. 정부보다 의사협회의 의견이 좀 더 합리적이지 않나 싶다가도 "지방 사람들은 민도가 부족하다"는 전 의사협회 대표의 발언이나 의사 증원을 교제 폭력에 비유하는 말을 들으면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다.
두 협회는 대화에 있어서 훌륭한 반면교사다. 첫 번째는 투명성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반대하는 결론일지언정 도출 과정이 공개되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클린스만 감독 선출과 그에 대한 묵묵부답은 대중들이 등을 돌리게 했다. 선정 과정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고 누구 하나 설득하지 못했다.
화자의 일관성도 중요하다. 아시안컵의 책임을 물을 때는 답이 없었으나 선수단 내부의 갈등에 대해서는 바로 인정하는 축구협회의 태도는 일관성이 없다. 불리할 때는 대응하지 않다가 화제를 돌릴 수 있으니 칼같이 대응해 버리는 기회주의적 태도는 설득에 있어서 최악이다.
말은 입에서 나와서 마음에 안착한다. 듣는 이의 마음을 공략해야 설득할 수 있다. 조금만 보더라도 정부의 의대 증원이 막무가내식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하지만 의료협회와 파업 현장의 의사들은 국민을 적으로 만드는 발언만 일삼았다. 머리로는 동의해도 가슴이 동하지 않으면 결국 남이 될 수밖에 없다.
대화의 태도도 중요하다. 대화와 협상은 복싱이 아니다. 한쪽의 손이 올라가는 게 아니라 양쪽이 손을 다잡아야 협상을 마무리할 수 있다. 그렇기에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싸우되, 궁극적으로는 대화로 해결하려는 시도를 접어선 안 된다. 의사협회는 정부가 받을 수 없는 제안만 던지고 있고, 정부도 마찬가지다. 진심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서로 받을 수 없는 대안만을 던지지 말자.
가장 안타까운 점은 이 모든 것이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위인은 대단한 업적으로 추앙받지만, 반면교사의 주인공들은 대개 슬픈 결말을 맞이하고 만다. 지금은 반면교사의 아이콘으로 글의 소재가 되었지만 6개월 뒤엔 부디 반성과 발전 그리고 갈등 해결의 훌륭한 선례로 회자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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