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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 피는 시기와 사과 농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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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따뜻함을 주는 반려동물부터 지구의 생물공동체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구체적 지식과 정보를 소개한다.
매년 이맘때면 전남 구례는 봄꽃을 보려고 몰려든 사람들로 붐빈다. 화엄사 매화를 시작으로 섬진강변 산수유와 벚꽃이 연이어 피며 장관을 이루기 때문인데, 올해 벚꽃 축제엔 꽃이 제때 피지 않아 행사에 차질을 겪었던 모양이다. 지난겨울과 봄의 평균 기온이 높아 꽃이 일찍 필 것으로 예상했지만, 개화 전 추운 날이 반복되면서 늦게 꽃이 피었기 때문이다. 행사와는 무관하지만 화엄사 매화는 예년보다 일찍, 산수유꽃은 오히려 늦게 피었다고 한다. 이처럼 불규칙한 개화 현상은 올해로만 끝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 심각한 문제는 따뜻해진 겨울과 불규칙하게 나타나는 봄철 이상저온이 사과나 배처럼 봄에 꽃 피는 과일과 농작물에 큰 피해를 미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사과, 배, 복숭아, 자두, 살구, 앵두, 매실같이 봄에 꽃이 피는 장미과(科) 과일나무는 겨울 기온과 봄철 기상에 따라 개화 시기가 정해지고 과일 생산에도 큰 영향을 받는다. 올해 과일값이 비싸진 것도 작년 꽃이 필 시기를 전후해 갑자기 기온이 떨어진 날씨의 영향에서 비롯된 것이다.
근래 가속화한 기후 온난화와 불규칙해진 기상 패턴으로 인해 많은 생물이 정상적인 생활사 유지에 혼란을 겪고 있다. 환경변화에 따라 바뀌는 생물의 반응을 생물계절(phenology)이라고 하는데,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개나리와 진달래, 냉이와 제비꽃 같은 자생식물들은 불규칙한 생물계절의 변화에도 비교적 잘 견디며 사는 것을 볼 수 있다. 오래전부터 다양하고 불규칙한 자생지 환경변화에 적응해 살아왔기 때문이다.
이들 중에는 제철이 아닌 때에도 꽃이 피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는데 불규칙한 환경변화에 적응하는 동안 얻은 나름의 생존 전략으로 볼 수 있다. 같은 나무에서도 모든 꽃이 동시에 피지 않는 것도 유사한 이치다. 처한 환경에 적응해 생존한 개체가 생태계 내에서 우점하고 번성하는 것은 자연의 섭리이고 적자생존의 원칙이다.
이처럼 특정 종(種)이 자연 생태계 내에서 환경에 적응하며 확보한 생태적 지위(ecological niche)는 유사한 외래종의 침입 같은 교란 요인이 없으면 쉽게 파괴되거나 바뀌지 않는다. 그러나 자연환경이 아닌 인간이 생태적 지위를 결정한 농작물은 불리한 환경이 닥칠 경우 인위적인 간섭이나 도움 없이는 정상적인 생존이 곤란하다. 올봄 멈칫거리며 피는 경관 식물뿐만 아니라 사과와 배꽃이 혹시 추운 날씨에 피해 볼까 봐 많은 사람이 걱정하고 애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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