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보안국장 넘겨라”… 러, 모스크바 테러 ‘키이우 배후설’ 밀어붙이나

입력
2024.04.0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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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외무부 "테러 사건들 연루자 전원 인도하라"
우크라 "테러리스트 국가의 요구 무의미" 일축
"여론조사서 '우크라 소행' 믿는 러시아인 50%"

바실 말리우크 우크라이나 보안국(SBU) 국장이 지난 2월 25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2024년' 콘퍼런스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키이우=로이터 연합뉴스

바실 말리우크 우크라이나 보안국(SBU) 국장이 지난 2월 25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2024년' 콘퍼런스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키이우=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가 자국 내에서 벌어진 각종 테러 공격에 연루된 모든 사람을 즉각 체포해 인도하라고 우크라이나에 돌연 요구했다. 거론된 인물 중에는 바실 말리우크 우크라이나 보안국(SBU) 국장도 포함돼 있다. 최근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공연장에서 일어난 테러 사건과 관련해 ‘우크라이나 배후설’을 계속 밀어붙이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극우 사상가의 딸이 숨진 폭탄 테러 △친(親)러시아 군사 블로거 암살 등 사건을 나열한 뒤 “이러한 모든 테러 범죄의 흔적이 우크라이나로 이어진다는 수사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이어 “키이우 정권(우크라이나)은 테러 활동에 대한 모든 지원을 즉시 중단하고, 테러 책임자들을 (러시아에) 인도하며, 테러 공격 피해자들에게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말리우크 SBU 국장을 신병 인도 대상으로 콕 집어 언급했다. 2022년 10월과 지난해 7월, 두 차례 발생한 크림대교 폭발 사건 등은 우크라이나가 기획한 것이라고 말리우크 국장이 최근 인정했다는 게 러시아의 설명이다. 실제로 말리우크 국장은 지난달 25일 언론 인터뷰에서 “다리(크림대교) 공격 계획은 2022년 3월 처음 구상됐다”고 말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우크라이나가 테러 방지 협약에 따른 의무(범인 인도 등)를 위반하면 국제법적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며 엄포도 놨다.

이 같은 행보에는 지난달 22일 모스크바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 테러 공격(144명 사망) 책임을 우크라이나에 묻겠다는 속셈이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이 테러 배후를 자처했음에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정권은 우크라이나와 서방에 계속 화살을 돌리고 있고, 이날 성명도 동일한 주장을 반복했다.

게다가 '테러 우크라이나 배후설'은 러시아 내에서는 잘 먹혀들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날 “최근 여론조사 결과 러시아인의 50% 이상이 (모스크바 테러를 두고) 우크라이나 정부를 비난하고 있으며, 약 27%만 IS-K의 테러라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요구를 ‘무의미하다’며 일축했다. SBU는 “테러리스트 국가에서 나오는 요구는 특히 위선적으로 들린다”며 “푸틴은 국제형사재판소에서 체포영장이 발부된 인물”이라고 꼬집었다.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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