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전 덕에 대박 난 북한… 미 전문가 “러, 대북 제재 해체 착수”

입력
2024.03.31 17:00
수정
2024.03.31 17:12
12면
구독

빅터 차 “불이행·차단 이어 제3단계”
감시망 구멍… 핵 확산 억제도 위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5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선물받은 차량 ‘아우루스’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6일 조선중앙TV 보도 화면 캡처. 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5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선물받은 차량 ‘아우루스’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6일 조선중앙TV 보도 화면 캡처. 뉴시스

북한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의 최대 수혜자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막기 위해 미국과 협조해 온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전을 계기로 완전히 변심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석좌와 엘런 김 선임연구원은 지난 29일(현지시간) CSIS 홈페이지에 러시아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 해산 유도가 어떤 의도에서 비롯된 것인지 등을 분석하는 문답 형식의 글을 올렸다.

차 석좌 등에 따르면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는 유엔 대북 제재 체제를 약화하기 위한 체계적 노력의 세 번째 단계로 볼 수 있다. 두 사람은 러시아가 △제1단계인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이행 중단, △2단계인 북한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에 대응한 신규 안보리 제재 결의 적극 차단에 이어 △3단계로 유엔 차원의 대북 제재 체제를 영구적으로 해체하기 위한 새 조치에 착수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러시아가 이렇게 하는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일 공산이 크다. 이들은 “미국의 우크라이나 군사 원조가 의회에 막혀 있는 만큼 북한과 협력하면 전쟁에서 러시아가 결정적 우위를 점할 수 있다”며 “이런 타이밍에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이 북한을 돕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가운데) 주유엔 미국대사가 28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황준국(왼쪽 두 번째) 유엔대사등 총 10개국 대표들과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 임기 연장을 촉구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가운데) 주유엔 미국대사가 28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황준국(왼쪽 두 번째) 유엔대사등 총 10개국 대표들과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 임기 연장을 촉구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앞서 러시아는 지난 28일 안보리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 임기 연장 결의 표결에서 거부권을 행사해 의결을 무산시켰다. 거부권은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5개 안보리 상임이사국만 갖고 있다. 이로써 2009년 설치된 이후 15년간 대북 제재 결의가 잘 이행되고 있는지 국제사회가 감시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해 온 기구가 4월 말 사라진다.

문제는 막대한 여파다. 일단 자칫 대북 제재가 무력화할 수 있다. 차 석좌 등은 “전문가 패널이 없으면 제재 이행을 감시하고 현행 체제에 생긴 구멍을 메우는 제3자 기구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미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 덕에 노다지를 캔 상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가 어떻게 북한에 연료를 비롯한 물자를 공급했는지 전문가 패널이 생생한 증거를 제시했다”고 소개했다. 감시망 공백마저 생기면 북한으로서는 숨통이 확 트이는 셈이다.

국제 핵 비확산 체제도 위기다. 원래 러시아는 북한의 핵 개발이 자국에도 위협이 될 것으로 판단해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 제재에 동참해 왔다. 그러나 전쟁에 쓸 무기가 부족해지자 대북 거래를 방해하는 제재가 거추장스러워졌다. 차 석좌 등은 “탄약을 대가로 러시아가 민감한 군사 기술을 북한에 제공하고 비확산 규범을 포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미국 국무부에서 비확산·군축 담당 특별보좌관을 지낸 로버트 아인혼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NYT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거부에 따른 패널 임기 종료를 “놀라운 전환”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관련 이슈태그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