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에 의사 있나요?" 쓰러진 승객에도 응답 없자… 승무원이 살렸다

입력
2024.03.31 17:21
수정
2024.03.31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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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기내 응급 환자 발생
대한항공 승무원들 응급처치 나서
의식 잃었던 승객, 무사히 회복해

대한항공 보잉 787-9 항공기와 승무원들. 대한항공 제공

대한항공 보잉 787-9 항공기와 승무원들. 대한항공 제공

대한항공 승무원들이 기내에서 의식을 잃은 외국인 승객 생명을 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3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오후 1시 35분 인천공항에서 출발해 네팔 수도 카트만두로 향하던 대한항공 KE695편 항공기 기내에서 네팔인 승객 A씨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이륙 후 6시간쯤 지난 무렵이었다.

A씨는 사지가 뻣뻣해지며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증상을 보였다. 당시 승객에게 주전부리를 제공 중이던 박동진 승무원은 A씨의 상태를 알아채고 모든 승무원에게 비상 상황임을 알렸다.

박 승무원과 서옥진 부사무장을 비롯한 승무원들은 A씨의 맥박과 혈압을 확인하고 다른 승객의 협조를 얻어 그를 좌석에 눕혔다. 동시에 기내에 의사를 찾는 안내 방송을 했다. 하지만 별도의 응답이 없었다. 이에 승무원들은 대한항공 '24시간 지상응급의료체계'에 따라 국내 의료진 조언을 받으며 응급 처치를 했다. 이 과정에서 주변 승객들도 통역과 간호에 손을 보탰다.

또 승무원들은 네팔인 간호사 승객의 도움을 받아 A씨 소지품에서 병력 기록지를 확인했다. A씨는 신경질환 환자로 주기적으로 약을 먹어야 하지만 당시에는 약을 소지하지 않은 상태였다.

A씨는 약 1시간 뒤인 착륙 직전에 의식을 되찾았다. 이후 지상에서 대기 중이던 의료진에 인계돼 의사소통이 가능할 만큼 회복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항공은 기내 응급 상황에 대비해 승무원을 대상으로 연 1회 정기안전교육을 실시한다. 회사 측은 응급처치법, 심폐소생술(CPR) 및 자동심장충격기(AED) 사용법 실습 등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승무원은 "매년 교육과 훈련을 통해 익힌 의료 장비 사용법이 이번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정수령 대한항공 사무장은 "지병이 있는 경우 비행기를 타기 전에 약을 먹었더라도 탑승 전후 항공사 직원에게 상태를 미리 알려 주면 응급 상황 발생 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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