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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에서 도망치려는 한국기획사, 해외선 정반대... K팝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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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컬처의 현안을 들여다봅니다. 김윤하, 복길 두 대중문화 평론가가 콘텐츠와 산업을 가로질러 격주로 살펴봅니다.
질문 하나. '전형적인 K팝'은 무엇일까. 사람들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이미지는 대충 이럴 것이다. ①멤버는 다수, 성별은 섞이지 않고 한쪽으로 통일돼 있다. ②대개 빠른 비트의 곡으로 활동하고, 그 음악에 맞춰 군무를 춘다. ③메인 보컬은 후렴에서 고음을 자신 있게 뽐내고, 공연 중간 퍼포먼스를 강조하는 '댄스 브레이크'가 펼쳐진다. 세 가지 외에도 K팝은 여러 전형성을 가진 장르다.
그런 K팝에 최근 이런저런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데뷔한 지 1년이 채 안 된 신인 걸그룹 키스오브라이프와 영파씨에서 그 변화는 두드러지게 감지된다. 두 그룹은 소위 말하는 대형 기획사 출신은 아니다. 키스오브라이프는 큐브엔터테인먼트의 설립자 홍승성이 2020년 새로 문을 연 S2엔터테인먼트 소속이고, 영파씨는 핑클, 젝스키스로 K팝 1세대의 토대를 다진 DSP엔터테인먼트와 프로듀서 키겐이 대표로 있는 비츠엔터테인먼트가 공동으로 기획한다. 이들의 음악을 처음 들은 이라면 아마 "내가 알던 K팝과는 다르다"는 말을 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리듬앤블루스(R&B)와 힙합 등 '블랙 뮤직'을 기반으로 활동한다. 장르의 '느낌적인 느낌'만 가져오는 경우가 많았던 기존 K팝에 비해 음악을 만든 이는 물론 그 음악을 소화하는 멤버들까지 해당 장르에 대한 이해의 깊이가 남다르게 다가온다. 좀 더 날것이고, 좀 더 거칠다.
음악 색깔이 달라지니 무대나 뮤직비디오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전작 '본 투 비 XX'를 통해 1960~1970년대 로맨틱하고 세련된 '필라델피아 솔' 장르까지 소환했던 키스오브라이프는 기존 K팝과 다른 길을 걷는다. 힙합을 베이스로 하는 영파씨는 좀 더 과감하다. 멤버 전원이 아직 10대(3월 기준)인 이들을 보고 있으면 K팝 걸그룹이라기보다는 힙합을 좋아하는 여자아이들의 모임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데뷔곡 '마카로니 치즈'와 서태지와 아이들의 '컴백홈'을 오마주해 내놓은 화제의 신곡 'XXL'에선 힙합과 Z세대 문화 관련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으로 K팝이란 장르를 넘어 새로운 시대성까지 보여준다. '킬링 보이스' 등으로 유명한 온라인 미디어 플랫폼 딩고에서 영파씨의 영상을 K팝을 주로 다루는 '딩고 뮤직'이 아닌 힙합 중심의 '딩고 프리스타일' 채널에 올렸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장르의 경계가 조금씩 흐려져 가고 있다는 얘기다.
'뉴진스 신드롬'을 계기로 듣기 편한 팝 음악으로 대중을 공략하려는 시도는 요즘 K팝에서 더 잦아지고 있다. 음악 차트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여자)아이들의 '나는 아픈 건 딱 질색이니까'와 투어스의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가 대표적 사례다. 어떻게든 K팝의 전형성에서 벗어나려는 흐름이다. 한데 이렇게 K팝의 전형성에서 '탈출'하려는 시도가 쉽게 무너지는 곳이 해외에서 제작되는 이른바 K팝 '현지화 그룹'들이다.
JYP엔터테인먼트의 비춰와 하이브의 캣츠아이, 한일 공동 제작 서바이벌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재팬 더 걸스'를 통해 결성된 미아이 등 올해 들어 활동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현지화 그룹의 음악과 영상을 보면 이게 다 무슨 이야기인지 금방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K팝 현지화 그룹은 마치 버리고 또 버려도 돌아오는 인형처럼 놀라운 구심력으로 다시 K팝을 적극 재현한다. 안무의 키 포인트는 물론 창법까지도 K팝의 전형성 그 자체다. 그것으로 자신들이 K팝 그룹임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인은 K팝에서 자꾸만 멀리 도망치려 한다. 한국인이 '없는' K팝은 K팝의 전형으로 명분을 채운다. 같은 자리에서 뛰고 있는 지금 K팝의 흥미로운 동상이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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