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작아진 춘식이, 내 취향대로 꾸미는 '채꾸' 열풍...레트로 감성 공략이 통했죠"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카카오톡이 최근 선보인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 미니 이모티콘'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다이어리 꾸미기'(다꾸)에서 시작된 Z세대(1990년대 중반 출생~2000년대 초반 출생)의 '별다꾸'(별걸 다 꾸민다) 열풍에 합류하면서다. 완성된 이모티콘으로 의사 소통하는 대신 개인의 취향에 맞게 미니 이모티콘을 직접 조합하는 '채꾸'(채팅방 꾸미기)가 놀이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유행에 뒤처지면 금세 외면받는 이모티콘 시장에서 혁신을 이뤄낸 비결이 뭘까. 김지현 카카오 디지털아이템 팀장을 최근 경기 성남시 카카오 아지트에서 만나 새로운 이모티콘을 개발하기까지 뒷얘기를 들어봤다.
이모티콘은 감정(emotion)과 아이콘(icon)의 합성어다. 1982년 9월 19일 미국 카네기멜런대 스콧 팔먼 컴퓨터과학과 교수가 학내 온라인 게시판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어보려는 취지로 ':-)' 표현을 올린 게 '최초의 디지털 이모티콘'이다. 1990년대에는 삐삐를 통해 8282(빨리빨리), 1004(천사) 등 암호 같은 숫자를 주고받는 수준에 머물렀지만 스마트폰이 널리 쓰이면서 다양한 표정과 감정을 주고받는 수단이 됐다.
한국인의 이모티콘 사랑에 바람을 불게 한 건 카카오톡이다. 카카오에 따르면 13년 동안 등장한 이모티콘 수는 약 60만 개, 이모티콘 누적 발신량은 2,600억 건이다. 지난해 기준 월 평균 카카오톡 이모티콘 사용자만 3,000만 명에 이른다.
카카오 디지털아이템팀은 포화된 이모티콘 시장 안에서 새로운 재미와 차별화된 경험을 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왔다. 김 팀장은 "카카오톡은 모든 국민이 쓰는 서비스지만 세대, 성별, 직업, 라이프스타일, 취향 등에 따라 이용자마다 좋아하는 이모티콘이 눈에 띄게 다르더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타깃 이용자에 대한 리서치를 많이 하는데 과거에는 몇몇 이모티콘만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엔 유행이 따로 없더라"며 "다채로운 취향이 공존하는 게 새로운 트렌드가 된 것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고민의 결과물이 지난달 19일 선보인 '미니 이모티콘'이다. 이용자가 취향이나 개성에 맞게 조합할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 상품이다. 하나의 이모티콘으로 감정과 상황을 표현했던 기존 상품과 달리 이용자가 직접 이모티콘을 조합해 만들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예를 들어 '춘식이 얼굴' 미니 이모티콘에 '춘식이 다리' 미니 이모티콘을 이어 붙여서 춘식이가 뛰어가는 모습을 이용자가 직접 만들 수 있는 재미를 추구한 것. 김 팀장은 "이용자의 상상력에 따라서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게 미니 이모티콘의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미니 이모티콘이 나올 때까지 카카오 디지털아이템팀은 1년 동안 기획 회의를 여러 차례 하고 아이디어를 모았다. 이모티콘을 출시할 땐 이용자의 니즈(요구)나 사용 행태가 변화하는 부분,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기 때문이다. 김 팀장은 "평소 아이디어 모으는 회의를 수시로 하면서 사소한 아이디어라도 빠뜨리지 않고 모아 두는데 미니 이모티콘도 오래전 얘기를 나눴던 아이템 중 하나였다"며 "1020세대 사이에서 다이어리나 핸드폰 꾸미기가 유행하고 레트로(복고풍) 감성이 주목받고 있어서 미니 이모티콘을 세상에 내놓을 때가 됐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판단은 적중했다. 2000년대 초반 당시 큰 인기를 얻었던 소셜 플랫폼 '싸이월드'에서 텍스트를 조합해 만든 2D 이모티콘으로 다양한 감성글이 유행했던 것처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1020세대를 중심으로 카카오톡 미니 이모티콘을 활용한 이미지 만들기가 놀이처럼 유행하고 있다. 김 팀장은 "미니 이모티콘 출시 이틀 만에 1,000만 명 이상이 다운로드 받았다"며 "카카오 이모티콘 역사상 가장 반응이 뜨거웠던 개편이었다"며 활짝 웃었다.
미니 이모티콘 사용법은 무궁무진하다. ①춘식이의 하루 35종 ②핑크 핑크 어피치 42종 ③미니 문방구 42종이 서로 자유롭게 주고받을 수 있어 수천, 수만 가지의 이모티콘 만들기가 가능하다. 기획 단계부터 카카오의 대표 캐릭터인 춘식이로 감정과 상황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하고 어피치와 문방구 이모티콘은 다이어리처럼 채팅방을 꾸밀 수 있는 용도를 고려해 만들었다. 할 일 목록(to do list)이나 공지 사항 정리는 물론 다양한 운동 경기나 상황 표현도 가능해 이용자가 조합하는 대로 표현할 수 있다
최근에는 한국 축구 국가 대표팀이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태국과 경기를 앞두고 승리를 기원하는 이모티콘도 화제를 모았다. 한국 대표팀과 태국 대표팀이 선수들과 응원하는 관람객의 생생한 표정을 미니 이모티콘을 활용해 구현한 것. 김 팀장은 "출시 전 사내 테스트를 해보니 기획 단계에서 미처 생각하지 못한 조합으로 이모티콘이 진화해서 놀랐다"며 "(이렇게 발전하면) 올림픽 응원에도 많이 활용될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예상했다.
카카오는 앞으로 미니 이모티콘 시장을 늘려나갈 것으로 보인다. 김 팀장은 "현재는 미니 이모티콘의 상품성을 테스트하고 다양하게 검증하는 단계"라면서 "앞으로 사용자와 창작자의 의견을 검토해 그에 맞는 플랫폼을 마련해서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