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코스트 원죄' 독일마저 이스라엘에 등 돌린다

입력
2024.03.30 18:11
수정
2024.03.30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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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지지서 '전쟁범죄 말라' 비판자로
국민 70% "이스라엘 군사작전 부당" 급변

올라프 숄츠(오른쪽) 독일 총리가 지난 17일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을 한 뒤 악수하고 있다. 예루살렘=로이터 연합뉴스

올라프 숄츠(오른쪽) 독일 총리가 지난 17일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을 한 뒤 악수하고 있다. 예루살렘=로이터 연합뉴스

2차 세계대전 중 나치 독일이 자행한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에 대한 반성 차원에서 이스라엘의 동맹국을 자처했던 독일마저 최근 기류가 바뀌고 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자행한 전쟁범죄에 대한 비판이 확산하면서 무조건적 이스라엘 지지를 철회하는 모습이다.

2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지난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내 군사작전에 대한 지지와 관련해 "목표가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엄청난 대가를 정당화할 수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도 이번 주 이스라엘을 겨냥해 "모든 당사자에게 국제인도법을 준수할 의무를 상기시켜줄 필요가 있다"며 이스라엘에 대표단을 파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곧 이스라엘에 전쟁범죄를 저지르지 말라는 경고로 풀이된다.

최근 6번째로 가자지구를 방문한 베어보크 장관은 현지 상황이 '지옥'과 같다며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를 공습해서는 안 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런 발언은 독일이 그간 보였던 친(親)이스라엘 행보와는 거리가 있다. 독일은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에 가장 강력한 지지를 보내온 유럽 국가다.

숄츠 총리는 개전 직후인 지난해 10월 12일 연방 하원에서 "이 순간 독일의 자리는 이스라엘의 옆자리밖에 없다"며 "이스라엘의 안보는 독일의 국가정책"이라고 천명했다. 그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유럽 최대 안보 분야 국제행사인 뮌헨안보회의(MSC)에서 이스라엘의 국제인도법 위반 여부와 관련한 질문에 대답을 거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쟁이 길어지고 가자지구 내 민간인 사망자가 3만2,000명을 넘어서면서 독일의 확고한 이스라엘 지지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아울러 집단학살 혐의로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된 이스라엘을 계속 지지할 경우 독일로서는 러시아 등 다른 국가가 자행하는 인권 탄압을 비판할 명분도 잃게 된다고 NYT는 분석했다.

독일 여론도 급변하고 있다. 최근 독일 공영 방송사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0%는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이 정당화될 수 없다고 답했다. 불과 몇 주 전에는 해당 비율이 50%에 그쳤다.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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