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래 명예회장 별세...기술 중시 미래 혜안으로 50년 효성그룹 이끌어

입력
2024.03.29 21:00
수정
2024.03.29 21:04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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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지 7년 만
최근 건강 악화로 입원 치료 받아 와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 효성그룹 제공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 효성그룹 제공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이 숙환으로 29일 별세했다. 향년 89세.

1935년 경남 함안에서 태어난 조 명예회장은 일본 와세다대를 나와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화학 공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그는 부친 고(故) 조홍제 효성그룹 창업주의 요청을 받고 1966년 효성의 모태인 동양나이론 울산공장 건설에 참여하며 경영자의 길을 걷는다.

조 명예회장은 1973년 동양폴리에스터, 1975년 효성중공업 설립을 이끌며 부친의 경영 철학 '산업 입국'을 이어갔다. 1982년 효성그룹 2대 회장에 오른 그는 35년 동안 그룹을 이끌었다. 1971년 국내 민간기업 최초로 기술연구소를 세웠으며 2006년 효성기술원으로 개편했다.

특히 효성의 대표 제품 스판덱스는 조 명예회장이 직접 연구·개발(R&D)을 이끌었다. 당시 미국, 일본 등 일부 선진국에서만 보유하고 있던 제조 기술을 효성은 1990년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이후 효성은 스판덱스, 타이어코드, 전력기기 등 핵심 사업을 앞세워 1990년대 후반부터 중국, 베트남, 인도 등에 현지 공장을 지었다. 현재 효성이 생산하는 스판덱스는 타이어코드와 함께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조 명예회장은 재계에서 소탈한 경영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허례허식을 좋지 않게 여겼고 일정 대부분을 비서 없이 혼자 소화했다. 중국 출장길에 마중 나온 임원이 가방을 대신 들어주려 하자 "내 가방은 내가 들 수 있고 당신들이 할 일은 이 가방에 전략을 가득 채워주는 것"이라고 말했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조 명예회장은 2017년 고령과 건강상의 이유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효성그룹은 조 명예회장이 최근 건강 악화로 서울대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다고 전했다.



민간외교, 재계 목소리 대변에도 큰 역할

2005년 4월 한일경제인회의에서 한국 재계 대표로 조석래(왼쪽) 효성그룹 명예회장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효성 제공

2005년 4월 한일경제인회의에서 한국 재계 대표로 조석래(왼쪽) 효성그룹 명예회장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효성 제공


조 명예회장은 재계에서도 중심축 역할을 도맡았다. 그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필요성을 처음 꺼냈고 민간외교 부문에서 한미 FTA 체결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한일 대중소기업의 상생협력, 한일경제공동체 추진 등 경제인들의 나라 밖 활동에도 적극적이었다. 특히 조 명예회장은 31·32대(2007~2010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맡아 재계를 대표해 규제 개혁 등을 정부에 건의했고 기업의 일자리 창출과 투자 활성화에서도 모범을 보였다.

이 밖에도 조 명예회장은 한미재계협회장, 한일경제인협회장 등을 지냈다. 지난해 8월에는 일본과 우호협력 및 관계 개선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제8회 한일포럼상'을 받았다.

빈소는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될 예정이다. 유족으로는 부인 송광자씨, 장남 조현준 회장, 차남 조현문 전 부사장, 삼남 조현상 부회장 등이 있다. 장례는 효성그룹 회사장으로 4월 2일까지 치러진다. 영결식은 다음 달 2일 오전 8시에 열릴 예정이다.

강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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