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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미화가 웬말”…의사 집단행동에 '이 드라마'가 돌연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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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ㆍ소ㆍ문’은 ‘수상하고 소소한 문화 뒷얘기’의 줄임말로 우리가 외면하거나 놓치고 지나칠 수 있는 문화계 이야기들을 다룹니다.
요즘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이 인기입니다. 재벌가를 둘러싼 음모, 희소병을 소재로 한 사랑의 확인 등 이야기는 다소 상투적이지만 주연 배우들 연기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전작 '나의 해방일지'(2022)에서 계약직 회사원을 그늘지게 연기했던 김지원은 '눈물의 여왕'에서 재벌 3세 홍해인을 화려하면서도 당차게 그려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김수현은 재벌가에서 처가살이하는 회사원 백현우를 '짠내' 나면서도 때론 듬직하게 연기해 극에 몰입을 이끕니다. 배우들의 호연을 발판 삼아 지난 24일 기준 '눈물의 여왕' 시청률은 14%까지 치솟았습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에서도 영어권과 비영어권 국가 통틀어 시리즈 부문 6위(플릭스패트롤)를 달리며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5월 방송 예정이었던 드라마의 실종
시청자의 관심이 '눈물의 여왕'에 쏠려 있을 때, 방송업계 관계자들의 시선은 그 후속작으로 향했습니다. 전작이 화제를 모으면 같은 채널에서 뒤를 이어 방송되는 후속작은 자연스럽게 시청률 '후광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OTT 득세로 '시청률 보릿고개'에 방송사들이 허덕이면서 TV 편성 전략을 둘러싼 '눈치 싸움'은 점점 치열해지는 분위기입니다. 여러 드라마 제작사와 방송사 관계자의 얘기를 종합하면, 애초 1월까지 tvN은 '눈물의 여왕' 후속으로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을 5월부터 내보낼 계획이었습니다.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은 2020, 2021년 방송돼 인기를 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 1, 2 속 교수들의 과거 전공의 시절을 다룬 스핀오프 드라마입니다.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무빙'으로 주목받은 배우 고윤정 등이 출연하고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를 만든 이우정 작가와 신원호 PD가 크리에이터로 참여해 기대를 샀습니다.
'졸업'으로 이례적 편성 변경
이렇게 '눈물의 여왕' 후속작으로 관심을 모았던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을 올 상반기엔 볼 수 없게 됐습니다. 올 상반기 공개가 확실시됐던 '슬기로울 전공의생활' 방송이 하반기 이후로 미뤄진 탓입니다. tvN 관계자는 29일 "'눈물의 여왕' 후속으로 '졸업'이 5월 11일부터 방송된다"고 밝혔습니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2018)와 '밀회'(2014), '하얀거탑'(2007) 등으로 유명한 안판석 감독의 신작인 '졸업'은 '슬기로울 전공의생활' 후속작으로 6월 이후에 방송될 예정이었습니다. 그 계획을 바꿔 '졸업'을 먼저 내보내기로 한 겁니다. 방송사의 편성 전략이 방송 2개월여 전에 갑자기 바뀌기는 보기 드문 일입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의료계 미화 우려" 불똥튄 K콘텐츠 시장
tvN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들 얘기를 들어보니, '슬기로울 전공의생활' 돌연 편성 변경엔 '의료 대란' 장기화 여파가 크게 작용했습니다. 지난 2월 1일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무더기로 의료 현장을 떠나면서 여론은 악화했습니다.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을 예정대로 방송할 것인지를 두고 고민했던 tvN이 결국 상반기 편성을 포기한 겁니다. 시청자들이 마음 편히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을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의사들의 파업 후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을 향한 누리꾼의 시선은 곱지 않았습니다. tvN이 지난달 유튜브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슬기로울 전공의생활' 예고편과 관련 게시물을 올리자 험악한 내용의 댓글이 굴비 엮이듯 달렸습니다. "수술 앞두고 전공의 단체로 사직서 내고 파업하는 장면도 현실 고증으로 꼭 넣어 달라", "의사가 없으면 환자도 없다는 대사 꼭 넣어라" 등의 글도 올라왔습니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란 의견도 있지만, 의사들의 집단 행동으로 의료 공백 사태가 장기화한 상황에서 "의료계를 미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서 나온 반응이었습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는 의사들의 환자를 향한 헌신과 의사들의 평범한 일상을 다뤄 사랑받았습니다.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40일 넘게 이어지면서 애먼 의학 드라마에까지 불똥이 튄 것입니다.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은 올 하반기 편성 예정이지만, 구체적인 방송 시기는 여전히 불투명합니다. 넷플릭스도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전쟁터를 누비던 외과 전문의 백강현(주지훈)이 대학병원에서 무력했던 중증외상팀을 '사람을 살리는 팀'으로 만드는 과정을 보여줄 드라마 '중증외상센터'를 제작했기 때문입니다. 이 드라마 역시 공개 예정일조차 잡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시청자들은 언제쯤 마음 편히 의학 드라마를 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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