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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번 민생 외쳤지만 '세 가지'가 없다... "실효성도 물음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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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 뒤엎듯 바뀐 정책 기조와 일단 지르고 본 개발 약속, 장밋빛 전망에 기댄 재원 마련.'
윤석열 대통령이 전국을 돌며 진행한 24번의 민생토론회는 이 같은 '3무(無)' 논란을 남기고 잠정 중단됐다. 세 달간 공표한 350건이 넘는 정책 중 사업 타당성, 재원 확보책이 부재한 것도 수두룩해 실효성 논란 등 후폭풍은 향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정부 정책의 핵심은 신뢰고, 신뢰를 뒷받침하는 건 일관된 정책 기조다. 그러나 여야 합의로 내년 시행하기로 한 금융투자소득세를 돌연 폐지하겠다고 나선 대통령‧정부는 민생토론회에서도 갈지자(之) 행보를 보였다.
국가장학금이 대표적이다. 올해 1월까지만 해도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는 '저소득층에 국가장학금을 확대해 양질의 교육기회를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두 달 뒤인 이달 5일 토론회에서 윤 대통령은 "국가장학금 수급대상을 150만 명까지 늘리겠다"고 했다. 전체 대학생(200만 명)의 75%에 장학금을 주겠다는 것으로, 당초 경제정책방향과 상당한 거리가 있다.
대거 삭감한 연구개발(R&D) 예산이 국회 문턱을 통과(지난해 12월 21일)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내년 R&D 예산을 대폭 증액하기로 한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윤 대통령은 1월 15일 민생토론회에서 "올해 R&D 예산을 줄여 불안해하는 분들이 많은데 걱정하지 말라. 내년엔 R&D 예산을 대폭 증액하겠다"고 말했다. 여기에 발맞춰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R&D 예산 구조조정으로 현장의 비효율성이 개선됐다는 보고를 대통령실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과학기술계 의견을 듣지도 않고 감액하더니 불과 수개월 만에 문제가 해결됐다며 R&D 예산 증액 논의를 하고 있다"며 "정치적 판단에 따른 번복으로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정부는 올해 R&D 예산을 편성하며 4조6,000억 원(14.6%)을 삭감했다. 1991년 이후 33년 만의 R&D 예산 감축 명분은 '나눠 먹기식 카르텔 혁파'였다.
민생토론회에서 고양·용인·수원·창원의 특례시 권한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윤 대통령과 달리,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고양시 서울 편입을 내건 것도 혼선이 불가피하다.
사업 타당성 검토조차 하지 않은 채 일단 개발 공약을 던지고 보는 것도 문제다. 이달 14일 전남도청을 찾은 윤 대통령은 "도로와 철도, 교통 등 사회간접자본(SOC) 확충이 핵심"이라며 전남 영암~광주를 잇는 '한국형 아우토반' 건설(47㎞‧2조6,000억 원) 사업을 내걸었다. 시속 140㎞ 이상 달릴 수 있는 고속도로인 만큼 안전성 검증과 관계 법령 개정이 필수지만 덜컥 공표됐다.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이제야 초(超)고속도로의 개념 정립을 위해 연구용역에 나선 상태다.
1기 광역급행철도(GTX-A‧B‧C노선) 중 B‧C노선은 제대로 착공도 못 했는데, 1기 노선 연장과 2기(D·E·F노선) 신설 계획을 발표한 것도 성급하다는 평가다. 1기 노선 경과를 살펴야 추가 노선의 사업성, 재원 조달 계획이 명확해진다는 게 업계 판단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업 타당성 검토가 엄정하게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정책을 추진하면 국가자원 배분에 비효율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재정운용 효율성마저 갉아먹을 수 있다는 얘기다.
미비한 사업 타당성 검토는 재원 마련 부실로 이어진다. 대통령실‧정부는 전국 GTX 시대, 철도·도로 지하화 등 '교통혁신 3대 전략' 소요 재원(134조 원)의 절반 이상(75조2,000억 원)을 민간에서 조달하겠다는 계획이다. "민간 기업이 사업성을 판단해 자발적으로 투자할 것"이란 게 대통령실 입장이나, 기업들이 실제 투자에 나설지 정해진 건 없다. 개발 사업은 타당성 평가에서 경제적 편익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은 만큼 재원 확보를 두고 안이하게 접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기 지역을 순환하는 GTX-F 노선만 해도 벌써부터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가장학금 확대, 청년 주거장학금 신설 등 얼마의 예산이 추가로 필요할지 알 수 없는 정책도 다수다. 익명을 요구한 학계 관계자는 "재원 마련 방안이 불투명하면 실현 가능성에 물음표가 붙게 된다"며 "거듭되는 정부 정책 신뢰도 추락은 시장에 상당한 혼란을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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