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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과 정몽규 회장의 상암사진 2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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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료들 훈련을 배경으로 사과를 하고 있는 이강인.
#.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며 사진을 찍고 있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태국전을 앞두고 서울월드컵장에서 찍힌 이 2컷의 사진에 분노 게이지가 상승했다.
먼저 이강인 사진부터 얘기해보자. 아시안컵 ‘하극상 논란’에 대해 이강인이 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대국민 사과를 하는 장면이다. 동료들이 웃으며 러닝 훈련을 하고 있는데 그들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이강인 모습에 낯이 뜨거워졌다.
사과를 하겠다고 용기를 낸 이강인에게 이런 창피를 줄 필요가 있을까. 수업 시간 교실 뒤에서 손을 들고 서 있었던 어릴 적이 떠올랐고, 나를 보며 낄낄거리는 친구들의 얼굴도 스쳐갔다. 반성보다는 수치심에 고개를 떨궜던 기억뿐이다. 이강인의 ‘하극상’ 잘못은 모두가 인정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어린 선수에게 이런 상황을 만들어 사과시킨 축구협회의 운영은 분명 수준 이하였다.
정몽규 회장 사진은 화를 더 돋웠다. 21일 태국과의 1차전 직전 관중들과 함께 V자를 만들며 환하게 웃는 얼굴로 사진을 찍고 있는 정 회장. 그동안 선수들끼리 사과와 화해를 반복하는 동안 커튼 뒤에 꽁꽁 숨어 눈치만 보고 있던 그가 경기장에서 V자를 그리고 웃으며 사진을 찍는 모습에 인상이 구겨졌다.
아시안컵 준결승 탈락 이후 거듭된 추문과 논란은 거슬러 보면 정 회장이 원칙과 시스템을 무시하고 결정한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선임 때부터 잠복됐던 문제였다. 축구팬들은 물론 정치권까지 나서 정 회장에게 책임을 물었지만 그는 침묵만 지켜왔다.
‘하극상 논란’에 이어 아시안컵 전지훈련 기간 축구협회 직원과 일부 선수들이 내기 카드놀이를 했다는 폭로가 터졌고, 해당 직원의 유니폼 뒷돈 거래 의혹까지 추가로 제기됐다. 하지만 이 같은 각종 논란에도 이강인처럼 직접 나서 고개를 숙인 인물은 아무도 없었다. 모든 부담은 선수들의 몫이었다.
정 회장과 축구협회는 이 모든 논란과 문제의 중심에 서 있으면서도 자연스레 선수 뒤에 숨는 비겁한 행보를 보여왔다. 특히 정 회장은 그동안 대표팀이 시끄러울 때면 슬그머니 뒤로 빠지고, 분위기가 좋아지면 또 슬그머니 앞장서는 모습을 반복해왔다. 무협 영화에서 수하들이 모두 쓰러진 후 나서는 우두머리를 보면 우리는 3류 취급을 한다. 3류들이나 할 법한 일이 축구협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팬들이 결국 목소리를 냈다. 축구 대표팀 서포터즈 ‘붉은 악마’는 21일 태국과의 1차전에서 정 회장과 축구협회를 비판하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목소리를 높였다. 내용은 매우 험악했다. “정몽규 OUT”을 시작으로 “협회는 몽규의 소유물이 아니다” “선수들은 방패막이” “정몽규의 몽청행위 규탄한다” 등의 메시지가 전해졌다.
26일 태국과의 원정 2차전에서 손흥민이 골을 기록한 후 두 팔을 벌리자 이강인이 뛰어와 품에 안기며 ‘원팀’이 됐음을 축구팬들에게 알렸다. 선수단 ‘하극상’ 갈등은 봉합됐다.
그렇다면 이제 정 회장과 축구협회가 책임질 일만 남았다. 정상적인 축구협회가 대표팀을 뒷받침하는 것이 1류 팀을 위한 첫걸음이다. 온갖 잡음을 일으키고 갈 데까지 간 협회가 아니라. 회장부터 일선 실무자들까지 전부 쇄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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