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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대 재일동포 할머니 '소중한 한 표'에 박수… 후보자·공약 모른 채 투표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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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곳곳에 거주하는 해외 유권자들이 27일 오전 투표소로 향하면서 제 22대 국회의원 선거 막이 올랐다. 90대 할머니부터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20대까지, 재외공관에 마련된 투표소에는 소중한 권리를 행사하려는 교민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외국 거주자가 접할 수 있는 정보가 제한적인 탓에, 지역구 후보가 어떤 공약을 내걸었는지도 모른 채 표를 던져야 하는 문제가 올해도 이어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부터 세계 115개국 178개 재외공관 220개 투표소에서 재외국민 투표가 실시됐다. 선거는 다음달 1일까지 이어진다. 이번 총선에서 국외부재자(국내에 주민등록이 있는 해외 체류 국민)와 재외선거인(국내에 주민등록이 돼 있지 않은 국민)을 합한 총 재외유권자 수는 14만7,989명이다. 21대 총선보다 14% 감소했다.
아시아부터 미주, 유럽까지 각 지역 투표소에는 소중한 권리를 행사하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재외유권자 수가 가장 많은 일본대사관 영사부 투표소에서는 80년 가까이 도쿄에 거주 중인 이두치(94) 할머니가 이른 아침 불편한 몸을 이끌고 투표소를 찾았다. 이 할머니가 투표 사무원의 부축을 받으며 기표를 완료하자 현장에 있던 관계자들이 일제히 박수를 치며 감사를 표했다.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교민이 거주하는 베트남에도 출근 전 투표하려는 유권자가 몰리면서 긴 대기 줄이 이어졌다. 교민들과 함께 투표에 나선 최영삼 주베트남 한국대사는 “베트남은 국외 부재자 신고 수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축에 속한다”며 “한국-베트남 관계가 좋아지고 북부 지역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주재원과 교민들이 늘어난 것이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중국에서도 주중대사관 등 10곳에 설치된 투표소로 발걸음이 이어졌다. 베이징과 인근 수도권의 투표소 역할을 한 주중대사관은 이날 한국인이 비교적 많이 사는 베이징 왕징·우다오커우와 톈진시에 셔틀버스를 투입했다.
그러나 해외 거주 국민들은 투표 전까지 지역구 의원 후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공약을 펼칠지 알기 어렵다. 한국에서는 투표일 전 유권자 가정으로 각 정당과 후보자가 제출한 선거 공보가 배달되지만, 재외선거인은 이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 워싱턴에 거주하는 한 교민은 “선거 등록을 하면 이메일이 오긴 하지만, 투표소 위치와 절차 안내만 적혀 있을 뿐 실제 투표에 필요한 정보는 없다”고 말했다.
그나마 선관위 정책·공약 알리미 웹사이트에서 정당 정책을 볼 수 있지만, 재외 선거가 시작된 27일까지도 후보자 개인의 공약은 열람할 수 없었다. 이날 정책 확인 버튼을 누르자 “공약을 준비 중”이라는 문구가 떴다. 재외 선거인은 후보 개인 홈페이지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일일이 찾아봐야 한다는 의미다.
후보자간 정책 비교가 쉽지 않다 보니 역량과 공약에 따른 투표가 아닌 ‘정당 인기 투표’가 될 수 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잇따른다. 베트남 하노이 교민 권모(44)씨는 “(지역구 후보 공보물) 자료가 따로 나오지 않아서 누가 누군지 모른 채 투표소에 들어갔다”고 토로했다.
“투표했지만 찍은 후보 이름이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거나 “정당만 보고 투표했다”는 하소연도 이어졌다. 현행 방식으로는 재외투표가 정당투표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렵다는 얘기다. 미주·대양주·일본·유럽·아시아 등이 참여한 재외국민유권자연대 정선경 공동대표는 “국내에 주민등록이 있는 사람이 80%가 넘는 만큼 최소한 지역구 의원 후보자 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방법이라도 안내해야 한다”며 “후보 등록 마감일이 문제라면 공약부터 공개하고 재외선거일을 하루 정도 늦추는 방안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일부 유권자들은 역대 최장 길이(51.7㎝) 비례대표 투표 용지를 받아들고 흠칫 놀라기도 했다. 이번 총선에선 38개 정당이 253명의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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