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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시기 겹치고 ②형식도 애매...현대차·LG·쿠팡 같은 날 '171조 원 투자' 발표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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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그룹·LG 그룹·쿠팡 등 국내를 대표하는 기업들이 27일 총 171조 원의 투자 계획을 같은 날 잇따라 내놓으면서 재계는 하루 종일 혼란스러웠다. 특히 이날 내놓은 투자 계획이 기존 발표와 시기나 내용과 겹치는 부분이 많은데다 일부는 기존과 달리 주주의 질문에 답하는 우회로를 택했다는 점 등을 두고 재계에서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일부에선 4·10 총선을 앞두고 재계가 고용과 투자를 늘리는 메시지를 통해 여론을 달래야 한다는 정치권의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는 것.
현대차그룹은 이날 예정에 없던 투자·고용 계획을 내놨다. 현대차그룹은 "2026년까지 3년 동안 국내에서 8만 명을 채용하고 68조 원을 투자한다"고 알렸다. 이로 인한 국내 일자리 창출 효과는 19만8,000명을 웃돌 것이라는 친절한 설명까지 덧붙였다. 21일 이미 정기 주주총회를 치른 이후라 일주일 지난 미래 투자 계획 발표에 업계는 의아해했다. 더구나 현대차는 이미 2022년에 2025년까지 국내에 63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혀 둔 상태다. 그러니 2024, 2025년 투자 내용은 기존 내용과 겹친다. 현대차 관계자도 이날 "이번 발표에 이전 투자 계획도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LG그룹 역시 이날 "2028년까지 약 100조 원을 국내에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LG그룹은 인공지능(AI)과 바이오 등 성장 분야에 국내 투자액의 50%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주)LG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중장기 투자 계획을 공유했다.
온라인 쇼핑 업계 1위 쿠팡도 이날 3년 동안 3조 원 이상을 국내에 투자해 2027년까지 로켓배송 지역을 전국으로 확장한다고 발표했다.
이날 갑작스러운 대규모 투자 계획 발표가 잇따라 나오자 재계 관계자들도 당황스러워했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이날 투자 계획을 발표한 이유를 묻자 "오늘(27일) 아침까지도 몰랐다"고 했고 또 다른 현대차 관계자는 "주총 이후에 미래 투자 규모에 대한 문의가 많아서 이를 일주일 전부터 발표하려고 준비했다"고 해명하는 등 설명도 엇갈렸다.
LG그룹 관계자도 "주총 전 사전 질문을 받았는데 투자 계획 문의가 많아서 답변을 위한 내용을 정리해 발표했다"고만 했다. 이 관계자는 "정치적 이벤트와는 관계가 없다"고 덧붙였다. 쿠팡 관계자는 "산발적으로 계획하던 투자 계획을 끌어모아 하나의 숫자로 제시해야겠다고 판단해 발표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쿠팡은 주로 개별 물류센터를 열 때마다 그 내용을 알렸다"면서 "그런데 오늘은 짓고 있거나 지을 예정인 여러 물류센터 관련 투자를 한꺼번에 모아 액수를 키워 의아했다"고 전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오늘처럼 여러 기업이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는 경우는 흔치 않다"며 "특히 주주총회에서 이런 내용을 잘 공개하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주주 질문에 답변했다는 설명도 어색하다"고 말했다.
이전에도 재계의 투자 발표를 두고 정치권을 의식한 발표라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2022년 5월 4개 그룹(삼성·현대차·롯데‧한화)은 같은 날 동시에 총 588조 원을 국내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재계 일각에서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해 윤석열 대통령을 만난 것을 계기로 대미 투자만 강조되고 국내 투자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일자 이를 의식한 대규모 투자 계획 발표라는 지적이 나왔다.
2021년 문재인 정부에서는 김부겸 국무총리의 요청에 삼성그룹이 청년 일자리 7만 개 창출 약속을 한 것을 시작으로 현대차그룹(4만6,000개)과 LG그룹(3만9,000개)도 고용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청년 고용절벽 해소 종합대책'을 발표하자 6개 경제단체가 대기업과 함께 '청년 일자리 20만 개'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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