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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가 126%'가 뭐길래... 빌라 집주인들 우르르 월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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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A빌라 집주인은 최근 기존 전세를 보증부 월세로 바꿔 내놨다. 전세보증금은 3억2,000만 원에서 2억8,800만 원으로 내리고 나머지 3,200만 원에 대해 연 6% 금리를 적용해 월세 16만 원을 책정했다.
이렇게 100만 원 단위로 보증금을 책정한 건 바로 전세보증 때문이다. 지난해 5월부터 빌라는 전세보증에 가입하려면 보증금이 '공시가X126%' 안에 들어와야 한다. 전세보증 가입이 안 되는 빌라는 세입자가 쳐다도 안 보니 집주인이 공시가X126% 기준에 맞춰 보증금을 낮추는 대신 차액을 월세로 돌린 것이다. 이 집주인은 "공시가 기준을 사용하면 역전세가 불가피해 손해를 줄이려면 월세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최근 빌라 임대차시장에서 전세가 빠르게 밀려나고 있다. 전세사기 영향으로 월세 선호도가 높아지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정부의 전세보증 제도 개편이 월세 시대를 앞당겼다는 분석이 많다.
2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보면, 1월 전국 빌라 전·월세 거래량 2만1,146건 중 전세는 9,268건, 월세는 1만1,878건으로 집계됐다. 임대차 계약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56.2%로 정부가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매년 1월 기준) 가장 높다.
지난해 수도권에서 체결된 비아파트(다가구·연립 등) 임대차 계약의 67.2%가 월세(부동산R114 분석)였다. 이처럼 빌라 임대차시장에서 월세 비중이 급증하고 있는 현상은 여러 통계에서 확인된다.
시장에선 올해 빌라의 월세화가 더 빠르게 나타날 거란 분석이 나온다. 빌라 전세보증 가입 때 무조건 '공시가X126%'를 활용하도록 한 구조적 문제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무갭투자를 막겠다며 전세보증 기준을 대폭 높였다. 빌라 시세를 계산할 땐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는 무조건 '공시가X140%'를 사용하고, 전세보증 대상을 기존 전세가율 100%에서 90%로 낮춘 것이다. 공시가X 126% 기준이 나온 배경이다.
전세보증 기준이 공시가X140%(2년 전 150%)였던 1, 2년 전 전세계약을 했다가 올해 만기를 맞는 빌라 집주인은 역전세가 불가피하다. 지난해에 이어 빌라 공시가는 올해 또 하락한 데다 올해부터 전세계약을 갱신할 때도 강화된 전세보증 기준(공시가X126%)이 적용돼서다.
가령 2022년 4월 공시가(2억1,400만 원)X140%에 맞춰 3억 원에 전세를 내준 집주인이 올해 4월 신규 세입자를 구하거나 계약 갱신 때 전세보증을 유지하려면 보증금을 '공시가X126%'로 낮춰야 한다. 올해 빌라 공시가격이 5% 내려갔다 가정해 계산하면 보증금을 2억5,000만 원까지 낮춰야 보증 가입이 가능하다. 대략 5,000만 원 역전세가 발생하는데, 최근 이 차액만큼 월세로 돌리는 집주인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월 기준 전국 빌라 평균 전세가율은 71.7%로 1년 전(79.6%)보다 무려 7.9%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아파트 전세가율은 70.3%에서 68.4%로 1.9%포인트 떨어지는 데 그쳤다. 그만큼 빌라 전셋값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는 의미다.
정부는 '공시가X126%' 기준이 빌라 전세가율을 적정 수준으로 떨어뜨려 적합하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에선 정부가 시세와 동떨어진 공시가를 기준으로 삼아 빌라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춘 것이란 반발이 나온다.
실제 A빌라의 경우 정부가 운영하는 안심전세앱에서 확인되는 시세는 3억7,000만~4억1,900만 원이지만, 공시가는 2억2,900만 원으로 최솟값의 61% 수준에 그친다. 안심전세앱 시세 기준으로 전세가율 90%를 계산하면 최소 3억3,300만 원까지 전세를 받을 수 있지만, 공시가 기준으로 전세가율 90%를 계산하면 2억8,800만 원으로 4,500만 원 차이가 난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도 최근 전세제도가 각종 불안을 유발한다며 기업형 장기임대를 대안으로 강조하고 있다. 다만 최근 빌라 월세도 치솟는 추세라 빌라 전세가 줄어들면 그만큼 서민의 주거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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