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허블 우주망원경으로 떠나는 1억 년 전 빅뱅우주 여행 [천문학자와 함께하는 우주 여행]

입력
2024.03.27 19:00
25면

편집자주

오늘날 우주는 경외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즐길 수 있는 감상의 대상이다. 우주는 인간이 창조한 예술작품과 자연이 보여주는 놀라운 모습보다 더욱 아름답고 신기한 천체들로 가득하다. 여러분을 다양한 우주로 안내할 예정이다.

허블 우주망원경으로 찍은 나선은하의 모습. 화살표는 2012년에 발견된 초신성을 가리킨다. 작은 사진에서 왼쪽은 2005, 2006년에 찍은 것이고 오른쪽은 2013년에 찍은 것이다. 2005년에 매우 어두웠던 별이 2012년에 초신성이 되었고 2013년에도 밝게 빛나고 있다. 2016년에 찍은 사진에는 초신성이 남긴 백색왜성이 보인다. 이명균 교수 연구진은 허블 우주망원경 관측 자료를 분석하여 이 은하의 거리를 정확하게 측정하고, 이로부터 우주의 팽창률을 측정하여 2017년에 발표한 바 있다. ⓒ나사/ESA

허블 우주망원경으로 찍은 나선은하의 모습. 화살표는 2012년에 발견된 초신성을 가리킨다. 작은 사진에서 왼쪽은 2005, 2006년에 찍은 것이고 오른쪽은 2013년에 찍은 것이다. 2005년에 매우 어두웠던 별이 2012년에 초신성이 되었고 2013년에도 밝게 빛나고 있다. 2016년에 찍은 사진에는 초신성이 남긴 백색왜성이 보인다. 이명균 교수 연구진은 허블 우주망원경 관측 자료를 분석하여 이 은하의 거리를 정확하게 측정하고, 이로부터 우주의 팽창률을 측정하여 2017년에 발표한 바 있다. ⓒ나사/ESA


우주 빅뱅을 꿰뚫어 본 허블
성운은 천억 별이 만든 은하
1억 광년 거리 측정에도 이용

우리는 빅뱅우주에 살고 있다. 빅뱅우주는 수많은 은하로 가득하다. 아름다운 은하수가 보이는 우리 은하는 수많은 은하 중 하나이다. 우리 은하의 변두리에는 태양이라는 별이 있고, 그 주위를 지구가 1년에 한 바퀴씩 돌고 있다.

지구는 따뜻한 햇빛을 받으면서 생명체가 살기에 적절한 환경을 가지고 있는 복덩이 푸른 행성이다. 40억 년쯤 전에 지구에서 단순한 생명체가 출현하여 복잡한 생명체로 진화했고 최근에 인류가 나타났다. 오늘날 지구에는 약 80억 명의 인간이 살고 있다. 우리는 각자 다양한 길을 걷고 있지만 모두 행복을 꿈꾼다. 많은 사람이 우주를 여행하며 맨눈 또는 망원경으로 아름다운 밤하늘을 볼 때 행복함을 느낀다. 우리는 지구에서는 호모 사피엔스(슬기로운 인간)이지만 우주에서는 코스모 사피엔스(슬기로운 우주인)이다.

빅뱅은 138억 년 전에 시작되었고 우주는 현재까지 팽창하고 있다.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은 미국의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과 벨기에의 신부이자 천문학자인 르메트르 등의 연구를 통해 약 100년 전에 알려졌다.

그 이전에 발표된 아인슈타인의 우주 모형은 빅뱅우주가 아니었다.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을 사용하여 우주가 팽창하거나 수축하지 않는다는 이론적인 우주모형을 발표했던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망원경 관측을 통해 알아낸 빅뱅우주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자신의 우주모형 연구가 인생에서 최대 실수라고 인정했다. 연구는 이런 과정을 통해 발전하는 것이다.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것은 어떻게 알아낼 수 있을까? 은하의 움직임을 보면 된다. 왜냐하면 멀리 있는 은하의 공간적 분포와 움직임이 우주의 팽창에 따라 변하기 때문이다. 빅뱅우주에서는 멀리 있는 은하일수록 더욱 빠른 속도로 멀어진다. 그런데 은하는 매우 어두워 맨눈으로 볼 수 있는 은하는 소수에 불과하다. 그래서 어두운 은하를 보기 위해서는 좋은 망원경이 필요하다.

멀리 있는 은하의 거리와 속도를 알면 우주가 거리에 따라 팽창하는 비율(허블 상수)을 측정할 수 있다. 은하의 거리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망원경에 설치된 카메라를 사용하여 은하의 영상 자료를 얻는다. 그리고 은하의 속도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분광기로 은하의 스펙트럼을 얻는다. 은하의 속도는 비교적 측정하기 쉽다. 그러나 은하의 거리를 측정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멀리 있는 은하는 어둡기 때문에 지상에 있는 대형 망원경 또는 우주망원경을 사용해야 한다. 허블 우주망원경은 분해능이 뛰어나 먼 은하에 있는 별도 볼 수 있어 이런 연구에 최적의 망원경이다.

사진(왼쪽)은 허블 우주망원경으로 찍은 멀리 있는 나선 은하의 모습을 보여준다. 소용돌이처럼 보이는 나선 팔은 푸른색으로 보이고, 은하의 중심부는 노란색으로 보여 참으로 신기한 작품(?)이다. 우리 은하의 모습도 이 은하와 비슷하다. 지상 망원경으로 보면 나선 은하는 성운처럼 뿌옇게 보인다. 그러나 허블 우주망원경으로 찍은 사진을 자세히 보면 뿌옇게 보이는 부분이 수많은 별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은하에는 1,000억 개 정도의 별이 있다. 2002년과 2012년에 이 은하에서 초신성이 발견되었다. 초신성은 보통 별보다 억 배나 밝은 슈퍼스타로서 빅뱅우주 연구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필자의 연구진은 허블 우주망원경 관측 자료를 분석하여 이 은하에서 붉은색 거인별들을 찾아내고 별들의 밝기를 측정했다. 그리고 필자의 연구진이 개발한 방법으로 이 은하의 거리를 측정하여 1억 광년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즉 우리는 사진에서 은하의 1억 년 전 모습을 보고 있는 것이다. 이로부터 우주의 팽창률을 정밀하게 측정하여 2017년에 발표한 바 있다.

아름다운 은하의 사진은 누구나 예술 작품처럼 감상할 수 있다. 천문학자가 이런 자료를 분석하여 어두운 은하의 거리를 알아내고, 빅뱅우주의 팽창률을 측정한다는 점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놀라운 일이다.



이명균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명예교수
대체텍스트
이명균서울대 물리천문학부 명예교수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