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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걸그룹 아일릿 굿즈라면 50만 원도 아깝지 않죠"...백화점 오픈런 주인공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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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서초구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센트럴시티 1층 광장. 백화점 오픈 전부터 수십 명의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섰다. 신인 걸그룹 아일릿(ILLIT)의 기획상품(굿즈)을 사러 데뷔 기념 팝업스토어에 몰려든 팬들이다. 대학생 류모(23)씨는 "1집 앨범 패키지(3만5,600원), 리유저블 텀블러(1만1,900원) 등 종류별로 50만 원가량 구매할 예정"이라며 "이곳에서만 파는 희소성 높은 굿즈라 돈은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온 20대 여학생은 "경품 뽑기 이벤트와 포토존도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며 웃었다.
중장년층의 주 활동 무대인 백화점이 아이돌 가수 팬의 성지로 거듭나고 있다. 쇼핑의 무게 중심이 전자상거래(이커머스)로 이동하는데 체험형 콘텐츠로 오프라인 점포만의 매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계산이다. 특히 아이돌 가수의 팝업스토어는 강한 팬덤으로 고객 모집이 상대적으로 쉽고 매출 높이기도 좋아 백화점들의 유치 시도가 부쩍 늘어나는 추세다.
신세계는 아일릿에 앞서 최근 남성그룹 세븐틴의 팝업스토어를 진행했는데 지방은 물론 세계 곳곳에서 팬들이 몰리면서 신규 고객 유치 효과를 톡톡히 봤다. 운영 기간 동안 새 고객이 디저트 전문관 '스위트파크'와 영패션 전문관 '뉴스트리트'를 찾으면서 관련 매출이 뛰었다. 아이돌 팝업스토어는 일반 팝업스토어와 분위기부터 다르다. 최필성 콘텐츠개발팀 바이어는 "우연히 아니라 굿즈 구매, 인증샷 등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며칠 전부터 계획을 세워서 오는 분들이 많다"며 "'오픈런'이 이는 등 열기가 남다른 편"이라고 말했다.
더현대서울도 지난해 방탄소년단(BTS), 르세라핌, 아이브, 블랙핑크 등의 팝업스토어를 꾸준히 유치했다. 노하우가 쌓이자 최근에는 버추얼(가상) 아이돌 세 팀의 팝업스토어를 열어 한 달 동안 방문객 10만 명을 끌어모았다. 롯데백화점은 롯데월드몰에서 에스파(1월), 차은우(2월), 르세라핌(2월)의 팝업스토어를 열었고 다음 달 대형 소속사와 또 다른 팝업스토어를 준비 중이다.
온라인에 익숙한 1020세대의 발길을 오프라인으로 돌리는 것이 아이돌 팝업스토어의 목표다. 업계 관계자는 "잠재 고객인 1020세대에게 백화점을 찾아야 할 이유를 만들어주고 쇼핑의 좋은 경험을 심어주려 한다"고 말했다.
매출 상승은 덤이다. 더현대서울이 진행한 버추얼 아이돌 세 팀의 팝업스토어의 경우 한 달 매출은 70억 원이 넘는다. 지난해 진행한 남성그룹 제로베이스원의 팝업스토어 매출은 13억5,000만 원으로 1년 통틀어 최고 매출을 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품질과 가격을 따져보는 일반 상품과 달리 아이돌 굿즈는 오직 팬심으로 사기 때문에 1인당 구매량과 객단가(평균 구매액)가 높다"며 "일반 팝업스토어 대비 매출이 10배 이상 잘 나오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또 외국인 유입도 끌어내 관광 명소 이미지를 구축하기에도 좋다. 신세계백화점이 올해 진행한 세븐틴과 아일릿 팝업스토어의 경우 외국인 고객 매출 비중이 20~30%에 달했다. 롯데백화점은 영플라자를 통해 팝업스토어를 진행해 1월 1일~3월 25일 외국인 고객 매출이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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