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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뒤가 맞지 않는 미국 통화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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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표 호조에도 금리인하 고수한 연준
연준 정책에 반신반의하는 전문가들
금리인하 6월에 개시되지 않을 수도
한국시간 지난주 목요일 새벽 세계 금융시장의 시선은 미국 워싱턴을 향했다. 미국 통화정책 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기준금리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운 것이다. 작년 12월 회의에서 FOMC는 올해 기준금리의 3번 인하를 예고하였다. 지난 2년 높았던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인 2%를 향해 안정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진단을 그 근거로 내놓았다. 그런데 12월 이후 미국 물가상승률 지표가 높게 나오자 과연 이 정책방향이 그대로 유지될 것인지 시장은 의심하고 있었다. 목요일의 FOMC 회의 결과는 이 의심을 깨끗이 해소해 주었다. 올해 중 기준금리 3번 인하의 정책방향이 다시 한번 확인되었다. 파월 의장은 최근 물가상승률이 다소 높았지만 정책 방향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 기자설명회에서 부연하였다. 각국 주식시장은 환호하였다. 미국 시장에서는 향후 채권금리 하락이 주식시장으로의 투자자금 유입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였다.
사실 지난 3개월 미국 경제지표에서 예상과 달랐던 수치들은 물가상승률에 그치지 않는다. 실물경기 지표들이 모두 예상치보다 좋아서 경기가 작년에 이어 계속 호조임을 시사하였다. 경기가 이렇게 좋은데 과연 물가상승률이 순조롭게 하락할 것인지 의구심이 들 만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지난 3개월 FOMC의 미국 경제에 대한 견해는 전혀 달라지지 않은 것인가. 이번 회의에서 FOMC는 경제전망표도 수정하여 발표하였다. 전망표에는 큰 변화가 있었다. 작년 12월 1.4%였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1%로 수정하였다. 경제전망치는 수정하면서 통화정책 방향은 바꾸지 않은 것이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 이유는 최소 두 가지이다. 먼저 수정 폭의 크기이다. 불과 3개월 만에 전망치를 0.7%포인트 상향 조정하는 것은 거시경제전망에서 매우 드물다. 그만큼 큰 폭의 수정이다. 12월에는 경기가 약화될 줄 알았는데, 3월에 보니 전혀 그럴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경기전망은 이 정도 수정하면서 정책방향은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은 이상하다. 다음으로는 2.1%라는 성장률의 수준이 지닌 의미이다. 올해 성장률이 1.4%가 아니라 2.1%라고 한다면, 미국 경제는 작년에 이어 잠재성장률을 넘어서는 성장세를 이어가게 된다. 경기호황이 계속되는데 물가상승률이 앞으로도 꾸준히 하락할 것이라는 논리는 어색하다. 미국 경제사에서 유례가 없을 뿐 아니라 주류 경제이론과도 맞지 않는다. 실현된다면 새로운 역사이고 두고두고 경제학계에서 연구대상으로 거론될 사건이다. 그만큼 실제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도 상당하다.
재무장관을 역임한 경제학자 래리 서머스(Larry Summers)는 언론 인터뷰에서 이번 FOMC 결과를 두고 "왜 금리를 내리지 못해 안달인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평하였다. 공감한다. 그런데 그렇게 일갈하고 끝내기에는 찜찜하다. FOMC에는 저명한 경제학자들이 즐비하다. 미국 경제의 현황에 대한 정보와 지식이 가장 많은 집단이다. 이들은 어떤 생각으로 정책방향 유지를 발표한 것일까.
금융시장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6월로 기대하고 있다. 시장의 기대를 재설정하려 할 경우 FOMC에는 아직 3개월의 여유가 있다. 지난 3개월 예상과 크게 다른 경제지표들이 나왔다. 불확실성이 높은 경제환경에서 앞으로 3개월 또 어떤 일들이 있을지 지켜볼 시간의 여유를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것이 FOMC 위원들의 속마음 아닐까. 올해 기준금리 인하가 6월에 시작되지 않는다고 해도 놀랄 필요는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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