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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보이나니" MZ 힙스터 끌어들인 '서울 건축'의 매력

입력
2024.03.29 15: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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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슬 '서울 건축 여행'

경교장. 파이퍼프레스 제공

경교장. 파이퍼프레스 제공

MZ세대는 오래된 도시, 서울을 어떻게 바라볼까. 자칭 'MZ 건축 덕후'가 쓴 '서울 건축 여행'은 불현듯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지는 이 계절, 매일 지나치는 익숙한 도시가 신선한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힙한' 여행지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54곳에 이르는 서울의 근현대 건축물에서 몰랐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한편, 장소마다 적층된 시공간의 정체성을 새롭게 짚어보는 건축 답사기다.

저자인 김예슬 작가는 주말마다 여행자로 빙의해 김중업, 김수근 같은 한국 대표 건축가의 작품부터 도심 속 높은 빌딩 사이에 자리 잡은 역사적 장소, 낯선 이름과 사건이 등장하는 건축물을 찾아갔다. 용산역 철도국에서 일했던 이봉창 열사가 다녀간 용산철도병원(현 용산역사박물관), 최초의 서양화가인 고희동이 살며 작업실로 사용했던 고희동미술관, 펄 벅과 가와바타 야스나리 등 문인들과 교류한 소설가 한무숙의 자택, 서촌 평범한 주택가에 있는 친일파 윤덕영의 대저택 벽수산장… 각박하고 긴급하게 돌아가는 도시의 시간과 동떨어진 장소를 찾아가 켜켜이 쌓여있던 이야기를 차근차근 꺼내 보이며 숨은 가치를 조명한다.

페이지를 넘기다보면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이 않으리"라던 조선시대 문인 유한준의 말이 절로 떠오른다. 도시에 대한 심미안은 그곳이 품은 이야기에서 태동한다. "덜 알려진, 더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면 좋을 곳을 사심을 담아 고른" 서울 풍경에는 익숙한 곳을 낯설게 볼 수 있는 사람만이 담아낼 수 있는 반짝이는 아름다움이 담겨있다. 이번 주말, 저자의 안목을 따라 새로운 서울을 만나보는 건 어떨까.

서울 건축 여행·김예슬 지음·파이퍼프레스 발행·576쪽·2만6,000원

서울 건축 여행·김예슬 지음·파이퍼프레스 발행·576쪽·2만6,000원


손효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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