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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5억 쓰면 '금과일' 값 잡히나... "유통업체 배만 불려"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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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金) 사과’ 등 한껏 치솟은 과일 가격이 좀처럼 잡히질 않자, 정부는 역대 최대 규모인 1,500억 원 규모의 농산물 긴급 안정자금을 투입했다. 이 중 절반이 넘는 755억 원이 납품단가 지원에 투입됐는데, 도매가격은 잡히지 않고 소매가격만 내려 “국가 재정으로 유통업체만 지원해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정부는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고 최근 농축수산물 가격 동향과 물가 안정대책 추진 상황을 점검했다. 정부는 이번 주 초부터 1,500억 원 규모의 긴급 농축산물 가격 안정자금을 풀었다.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은 납품업체가 공급가격을 낮추도록 ‘납품단가’ 지원 물품 수와 지원 가격을 크게 늘리는 게 이번 대책의 핵심이다. 실제 사과 1kg당 2,000원 지원에서 4,000원으로 재정 지원을 늘리고, 배와 포도, 단감 등 지원 품목도 13개에서 21개로 늘렸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15일 2만7,424원이던 사과 소매가격(10개)은 21일 2만4,401원으로 12.3% 내렸다. 5일 만에 12%나 떨어진 것이다. 보조금 형태로 납품단가를 지원했더니, 유통업체가 대형마트 등에 공급하는 가격을 내렸고 마트에서 소매가격도 내린 것이다. 이는 통계청의 물가조사에도 반영된다.
문제는 도매가격은 여전히 높다는 데 있다. 21일 기준 사과 상품 10kg 도매가격은 9만1,180원으로 일주일 전(9만900원)보다 0.3% 올랐다. 평년과 비교하면 여전히 2배 이상 비싼 가격이다. 도매상들은 여전히 높은 가격에 사과를 거래하는데, 정부가 과일을 직판장에서 사 와 도매상이나 유통업체에 넘기는 중도매인과 대형 유통업체 등에 재정을 투입해 소비자 가격을 끌어내리고 있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이번 대책이 재정지원을 받는 이들만 만족하는 ‘단기 미봉책’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병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도매인과 유통업체에 직접 재정지원을 하면 시장가격을 왜곡시킬 수 있다"며 “가격이 떨어지면 사과에 대한 수요가 늘어 다시 가격이 오르는 악순환이 뻔한데, 이런 대책에 재원을 투입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책의 지속 가능성도 의문이다. 정부는 긴급 농축산물 가격 안정자금 지원 기간을 '예산 소진 시'로 잡았지만, 수요가 늘어 예산이 빠르게 줄어들면 과일 가격은 또 오를 수밖에 없다. 익명을 요구한 사립대 교수는 “선거를 앞두고 물가 부담이 커진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잠깐 가격 착시효과를 낸 것뿐”이라며 “(공급이 줄어) 물가 상승 압력은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로, 이는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도매인과 대형 유통업체들이 납품단가 자체를 높여 차익을 늘리는 경우가 생겨도, 정부가 이를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이에 정부는 일일가격점검체계를 가동해 산지 가격과 납품단가, 마트 판매 가격 등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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