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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알리 '택배 폭탄'에 평택세관 마비... "마약도 뚫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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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삑~ 방출, 삑~ 방출, 삑~ 방방출, 방출”
엑스레이(X-ray) 기계에 들어간 지 7초. 물품들이 일렬로 줄지어 나왔다. 세관직원이 쉴 새 없이 물건 바코드를 찍자 소리가 "방출", 아니 기계 7대가 경쟁하듯 쏟아내 "방방출방출" "방방방출"로 겹쳐 들렸다. 이상이 없어 보이니 선별검사 없이 바로 택배로 보내도 된다는 뜻이다. 하얀색 비닐봉지로 돌돌 말려 있던 물건은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밖으로 나갔다.
20일 찾은 경기 평택직할세관 특송통관장에는 바코드를 찍는 ‘삑’ 소리와 ‘방출’을 알리는 기계음,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가는 소리와 물건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로 가득했다. 그러다 방송이 나왔다. “방금 지나간 물건 잡아주세요. BL번호 000요.” 통관장 2층에 있는 엑스선 판독실에서 4번 라인을 실시간 점검하던 직원 목소리였다. 모니터상 ‘샤넬’ 로고가 보이는 골프백인데, 저가 신고 혹은 지식재산권 위반 등이 의심돼 선별검사를 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하얀 운송장에는 붉은색 선 표시와 ‘샤넬백’ 이름이 적혔다. ‘우웅’ 하는 소리와 함께 다시 컨베이어 벨트가 돌았다. ‘삑 방출’과 ‘쿵쾅’ 소리가 1층을 가득 채웠다.
바로 위층 판독실은 고요함 그 자체였다. 눈을 부릅뜬 세관 직원 7명이 엑스선 기계 한 대씩을 맡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이곳에는 버튼 누르는 소리만 이따금씩 크게 들렸다. 세관 직원의 눈동자는 화면 4대를 빠르게 오갔다. 목록과 수하인, 특송업체 이름 등이 적혀 있는 동시구현시스템 화면과 빠르게 지나가는 엑스레이 화면, 컨베이어 벨트 화면이 2, 3초마다 빠르게 바뀌었다.
모니터링에서 걸리게 되면, 선별검사 대상이 돼 컨베이어 벨트 뒤로 빠지게 된다. 세관 직원은 일일이 포장을 뜯어 개수와 금액 등이 ‘목록검사 기준(150달러 이하)’을 넘지 않는지, 지식재산권 위반(짝퉁)은 아닌지, 마약 위험 물품이 있는 것은 아닌지 등을 살펴야 한다.
문제는 알리익스프레스(알리), 테무 등 중국발(發) 해외 직접구매(직구)가 폭증해 세관 업무가 마비된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물량 폭주 탓에 세관 내부에선 “물건 쳐내느라 바빠 알리, 테무 택배에 마약이 숨겨져 들어와도 잡아내지 못할까 봐 겁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마약전담 조사팀을 꾸릴 여력도 없이 모두가 중국발 택배에 허덕이고 있는 것이다.
평택세관 특송통관과 직원은 과장을 포함해 34명. 5개 조로 나눠 매일 비번을 서며 24시간 일하고 있지만, 중국어로 가득한 박스들은 좀처럼 줄지 않는다. 평택세관이 통관하는 물량은 모두 중국에서 들어온 물품으로 지난해 이곳에서 처리한 전자상거래 물품 통관 건수는 3,975만 건에 달했다. 매년 1,000만 건 이상씩 늘어나고 있는데, 올해는 5,000만 건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1인 당 하루에 4,000건(엑스선 담당은 1만5,000건), 일반 세관의 3배에 달하는 물량을 봐야 하는 셈이다.
세관 관계자는 “물건이 정말 끊임없이 들어오는데, 하나당 5초 정도 보면 길게 본 것”이라며 “엑스선에서 잡고 이리저리 뜯어보고 싶지만, 그러면 물건이 도미노처럼 밀려 일을 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관세청 내부에서도 마약 저지선이 뚫리는 건 아닌지 걱정하는 상황이다. 인천공항세관의 경우 2021년 특송물량이 5,000만 건을 넘어서며 마약 적발 건수가 급증했는데, 평택도 위험 수준에 이르렀다는 판단에서다. 물량이 폭증하게 되면 세관 검사가 꼼꼼히 이뤄지기 어려운 점을 노려 마약 밀수 통로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다. 관세청 마약 적발 현황 자료에 따르면, 평택세관에서 작년에 적발된 마약 건수는 1건뿐이었다. 평택세관으로 들어오는 마약 자체가 적다고 할 수도 있지만 세관 관계자는 “지금은 들어오는 마약이 적은지 많은지 판단조차 안 되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특송통관장 1층을 나오자 1초의 고요함도 허용하지 않고 들리던 "삑 방출" '쿵' 소리가 사라졌다. 대신 문을 열고 통관을 기다리고 있는 컨테이너가 보였다. 컨테이너엔 어지럽게 쌓인 박스가 가득했다. 귓가에 세관 직원의 한숨이 배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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