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서 과징금 폭탄 맞은 애플, 미국서도 제소당할 듯... "반독점법 위반"

"미국 법무부, 애플 상대 반독점 소송 낼 것"
이르면 이번 주... 타사 기기 연동 등 방해 혐의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와 애플 로고. AFP 연합뉴스

좀처럼 되는 일이 없는 애플에 또 다른 악재가 생겼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법무부가 이르면 21일(현지시간) 애플을 상대로 반(反)독점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20일 보도했다. 법무부는 지난해부터 애플의 불공정행위를 조사해 왔고, 이 결과를 바탕으로 상반기 중 소송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왔었다.

보도에 따르면 법무부는 애플이 경쟁사 기기를 아이폰에 연동해 사용하는 것이 불편하도록 만들어 독점금지법을 위반해 왔다고 판단했다. 가령 애플워치가 아닌 다른 브랜드의 스마트워치는 아이폰에 연동해 쓰기가 까다롭다. 또 문자메시지 서비스인 아이메시지(iMessage)는 아이폰 외 다른 스마트폰에선 쓸 수 없다. 그간 경쟁사들은 애플 기기에서 가상비서 역할을 하는 시리(Siri) 등 주요 기능을 활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에 접근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이런 관행을 '반경쟁적'이라고 주장해왔다.

법무부가 실제로 애플 상대 소송에 나설 경우, 최근 5년간 반독점 혐의로 미국 정부로부터 제소된 빅테크업체는 4개로 늘게 된다. 현재 미국 정부는 구글, 아마존, 메타와도 반독점법 소송을 벌이고 있다. 이 가운데 애플과 더불어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건 구글을 상대로 한 소송이다. 법무부는 구글이 삼성전자·애플 등 스마트폰 제조사 및 통신업체에 매년 수십억 달러를 주면서 다른 검색 업체의 시장 진입을 막아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메타는 인스타그램 등 경쟁사를 인수해 사회관계망서비스 시장을 장악했다는 혐의로 2020년 연방거래위원회(FTC)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EU 디지털시장법 타깃 될 가능성도

애플은 최근 유럽에서 반독점법 위반으로 18억4,000만 유로(약 2조6,660억 원)에 이르는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미 법무부와의 소송에서 패소하면 또다시 막대한 과징금을 토해 내야 할 처지에 놓일 수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지난 4일 애플이 '애플리케이션(앱) 유통 시장 지배력을 남용해 불공정 관행을 이어왔다'고 보고 당초 예상액의 3배가 넘는 과징금을 매겼다. 애플은 항소한 상태다.

블룸버그는 "애플은 이달 초 발효된 EU의 빅테크 겨냥 새 규제법인 디지털시장법(DMA)에 따라 전면적인 조사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DMA는 일정 규모 이상의 테크업체가 시장 지배력을 남용하면 최대 매출의 10%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반복적으로 위반한 기업엔 과징금 비율이 매출의 20%까지 올라간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shle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