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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귀족은 무슨 돈으로 사는가...'대마초 사업' 하는 한 가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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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삶이 얼마 안 남았다. 유엔평화유지군 장교인 에디(테오 제임스)는 임종을 위해 급히 귀국한다. 에디의 아버지는 영국 공작이다. 집안 대대로 성 같은 저택에 산다. 에디는 둘째라 상속을 기대치 않으나 유언장은 예상 밖이다. 그는 작위와 모든 재산을 상속받게 된다. 영지만 6,000만㎡가 넘는다. 형 프레디(대니얼 잉스)의 불같은 분노는 그나마 사소한 일. 에디는 더 골치 아프고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젊은 여성 수지(카야 스코델라리오)가 에디 앞에 나타나 아버지의 동업자라 주장한다. 수지는 임대계약을 맺고 영지 지하에 대마 농장을 운영 중이라고 말한다. 상속자로서 계약을 유지하라고 압박한다. 아버지는 돈이 쪼들려도 화려한 귀족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범죄조직과 손잡고 대마초 판매 사업을 해왔던 것이다.
에디는 당황스럽다. 귀족의 품격과 군인의 명예를 감안하면 당장 대마초 사업에서 손을 떼야 한다. 하지만 형 프레디의 금전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수지 집안의 위협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당분간 범죄집단과의 공생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에디는 그렇게 집안의 평화유지를 위해 예상치 못했던 생활전선에서 분투하게 된다.
가이 리치 감독이 제작을 주도한 드라마다. 리치 감독의 영화 ‘젠틀맨’(2019)에서 이야기 가지가 뻗어 나왔다. 드라마와 영화의 영어 제목(The Gentlemen)이 똑같기도 하다. 귀족이 대마초 사업으로 돈을 벌다가 여러 범죄행각에 연루된다는 설정이 흥미롭다.
드라마는 영화보다 한발 더 나아간다. 범죄와는 무관하게 일등시민으로 살아왔을 에디가 범죄세계의 맛을 보면서 조금씩 변하는 과정을 그려낸다. 에디는 단호하고 대범하며 주도면밀한 자신의 성격이 군대뿐 아니라 암흑가에도 적합함을 깨달아간다. 자신은 애써 부인하나 대마초 사업은 그의 적성에 맞다. 무엇보다 상속자로서 귀족 집안을 건사하기 위해선 대마초 밀매처럼 수지맞는 사업이 필요하다.
드라마는 에디가 여러 난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웃음과 스릴을 전한다. 리치 감독의 영화들이 그렇듯 편집과 촬영은 재기 넘치고 대사는 유머를 품고 있다.
드라마는 단순한 오락물에 그치지 않는다. 현대 영국 사회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담겨 있기도 하다. 귀족들은 작위에 걸맞은 생활을 하고 싶으나 시대는 변했다. 저택과 넓은 영지는 과거의 영광일 뿐 그들 생계에 큰 도움을 못 준다. 하지만 시종과 하녀를 거느린 저택 생활을 벗어나지 못한다. 귀족이라는 명예보다 귀족의 화려한 삶이 그들에게 더 중요하다. 드라마 속 한 귀족은 죽은 뒤 저택을 바라볼 수 있도록 관을 세워달라 한다. 영국 상류층의 허세와 가식을 풍자하는 장면이다.
리치 감독이 각본을 쓰고 1, 2회를 연출했다. 리치 감독은 영화 ‘알라딘’(2019)으로 한국에서 관객 1,279만 명을 모았으나 그의 장기는 역시 범죄물이다. 데뷔작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1998) 이후 종종 선보여온 범죄 영화들처럼 ‘젠틀맨: 더 시리즈’ 역시 등장인물 간 배신과 음모가 넘쳐난다. 에디와 수지가 달콤한 관계인 것처럼 살짝 묘사되기도 하나 정글 같은 범죄세계에서 사랑 같은 낭만이 존재할 리 없다. 둘은 동업자이면서도 뒤통수를 맞을까 봐 서로를 경계하고 의심하기도 한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70%, 시청자 86%
***한국일보 권장 지수: ★★★☆(★ 5개 만점, ☆ 반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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