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대통령의 '875원 대파', 실제 팔지만…마트선 2,000원 넘어

입력
2024.03.21 04:30
수정
2024.03.21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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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5원 대파 발언, 정치 쟁점화
현재 7개 대형 하나로마트서 판매
일상 가격은 아냐, 이마트 1,980원

20일 서울 도봉구 하나로마트 창동점을 찾은 시민들이 대파를 고르고 있다. 최현빈 기자

20일 서울 도봉구 하나로마트 창동점을 찾은 시민들이 대파를 고르고 있다. 최현빈 기자


875원이면 진짜 싼 거야. 얼른 두 개 갖고 와!

80대 주부 A씨


20일 오후 서울 도봉구 하나로마트 창동점은 장을 보러 나온 '베테랑 주부'로 붐볐다. 특히 북적였던 곳은 채소 코너의 대파 판매대였다. 하나로마트에서 알린 대파 한 단 가격 875원이 채솟값을 손바닥 보듯 하는 주부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A씨와 일행 두 명도 저마다 일인당 대파 구매 한도인 두 단을 집었다. 그는 "2,000~3,000원에 구할 수 있는 대형마트보다 싸고 품질도 좋다"며 웃었다.

한 단에 875원짜리 대파. 맞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물가 관리 현장으로 찾은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시장을 많이 다녀봤다"며 "이 가격이면 합리적인 것 같다"고 했던 그 대파다. 875원은 업계에서 보기에도 파격적이다.

윤 대통령을 두고 '세상 물정 모른다'는 비판이 나왔다. 당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4·10 총선 유세 현장에서 파 한 단을 번쩍 들어 올리면서 "이게 5,000원, 관심이 없어서 무식해서 그렇다"고 윤 대통령을 겨냥했다.

또 정부 유관기관인 농협중앙회 산하 하나로마트가 윤 대통령의 현장 방문에 맞춰 일부러 싼 대파를 내놓았다는 의문도 제기됐다. 일주일 전인 13일만 해도 전국 소매가격 3,883원(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 기준)이었던 대파 한 단 가격을 감안하면 875원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결론부터 보면 875원 대파는 앞선 A씨가 구매했듯 윤 대통령은 물론 일반 소비자도 적용받는 가격이다. 동시에 윤 대통령이 대파 가격에 어둡다는 지적도 타당하다.



875원, 나랏돈 지원·자체 할인 더한 특별가


윤석열 대통령이 물가 현장 점검을 위해 18일 서울 서초구 양재하나로마트 채소 코너를 찾아 대파를 살펴보고 있다. 서재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물가 현장 점검을 위해 18일 서울 서초구 양재하나로마트 채소 코너를 찾아 대파를 살펴보고 있다. 서재훈 기자


하나로마트는 전국 7개 대형 점포에서 18~27일 대파 한 단을 875원에 판매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갔던 서울 양재점을 비롯해 창동점, 경기 고양·성남·수원점, 울산점, 충북 청주점 등 7개 대형 유통센터다. 전국 2,000여 개 하나로마트 점포 가운데 이 대형 유통센터는 고객 유치 차원에서 평소에도 할인율이 높은 편이다.

875원 대파는 권장 소비자가 4,250원에서 두 번의 정부 지원과 하나로마트 자체 할인을 거쳐 나왔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최근 도입한 도매상 납품 단가 지원 2,000원과 하나로마트 할인 1,000원을 깎은 1,250원에서 정부 농산물 할인 쿠폰 지원 30%(375원)를 뺀 금액이 875원이다.

납품 단가·할인 쿠폰 지원은 하나로마트는 물론 대형마트도 똑같이 적용된다. 정부가 납품 단가·할인 쿠폰 지원 등에 나랏돈을 풀고 하나로마트 할인까지 더한 875원 대파는 일시적으론 가능하다. 특별 행사가란 뜻이다.

하지만 대파 875원을 일상적인 소비자 가격으로 보긴 어렵다. 대형 유통센터 7개 점포를 제외한 다른 하나로마트만 봐도 대파 한 단은 2,450원(세종점)에 팔리고 있다. 다른 대형마트 가격도 비슷하다. 이날 이마트, 롯데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대파 한 단 가격은 각각 1,980원, 2,065원이다. 윤 대통령의 '대파 875원, 합리적' 발언이 와닿지 않는 이유다.



박경담 기자
최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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