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김승민 큐레이터는 영국 왕립예술학교 박사로 서울, 런던, 뉴욕에서 기획사를 운영하며 600명이 넘는 작가들과 24개 도시에서 전시를 기획했다. 미술 시장의 모든 면을 다루는 칼럼을 통해 예술과 문화를 견인하고 수익도 창출하는 힘에 대한 인사이더 관점을 모색한다.
미국 예술가 제프 쿤스(Jeff Koons·1955~)는 자기 홍보의 귀재다. 최근 뉴욕타임스에도, 한국 뉴스에도 "미국 민간기업이 반세기 만에 달 탐사선을 달에 착륙시켰다. (중략) 함께 실린 현대미술 거장 제프 쿤스 작품도 달에 설치된 최초의 예술 작품이 됐다"고 보도됐다. 쿤스 역시 직접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달 표면에 최초로 공인된 예술작품을 갖게 돼 영광"이라고 썼다.
일반 독자들도 로켓 발사 과정, 달 궤도를 도는 미국 민간 우주기업 '인투이티브 머신'의 달 착륙선 오디세우스의 발사 준비 및 달 착륙 과정 등을 몇 주 동안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착륙선에 실린 그의 역작 '달의 위상(Moon Phases)'이 달 표면에 안착되고, 이후 태양 빛을 받아 반짝이는 경이로운 사진도 공개됐다. 달에 보내진 쿤스의 작품들은 달의 형상을 본뜬 스틸 구 모양으로 총 125점인데 62점은 지구에서 본 달의 위상을, 62점은 우주의 다양한 지점에서 바라본 달의 모습을, 1점은 월식을 나타냈다.
지금쯤 많은 독자들은 '우주에 미술품을 보내려고 그 많은 돈을 쓴 걸까' 의아해할 것이다. 그러나 작품 판매 수완이 뛰어난 제프 쿤스가 그럴 리는 없다. 달로 보낸 작품과 동일한 세트의 작품을 만들어 수집가들에게 팔기 시작했다. 또 해당 작품이 달에 간 것과 동일하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동일성을 보증하는 '대체 불가능 토큰(NFT)' 기술을 적용키로 했다.
그렇다면 스페이스X사의 팰컨9 로켓으로 발사되어 지난달 22일 오후 6시 24분(미국 동부시간 기준·NASA 발표) 달에 착륙한 오디세우스는 과연 지구의 미술작품을 달로 운송한 최초의 우주선일까. 답은 '아니다'이다. 달에는 이미 다른 작품들이 있다. 하나는 확실히 있고, 다른 하나는 공식 기록에는 없지만 존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먼저 확실한 작품부터 얘기하자. 달에는 우주탐사 발전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14명의 우주비행사를 상징하는 작은 동상이 있다. 작품 제목은 'Fallen Astronaut', 우리말로 '잊힌 우주인'이다. 그 위치는 해들리-아펜닌 착륙 지점. 그리고 동상 옆 기념패엔 데이비드 스콧, 제임스 어윈을 비롯한 14명의 우주인 이름이 새겨져 있다. 벨기에 예술가 폴반 호이동크의 부탁으로 아폴로 15호 때 갖고 가서 달에 두고 온 알루미늄 조각 작품이다.
또 하나의 작품은 비공식으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져, 진위 확인이 어렵다. 1969년 뉴욕의 조각가 포레스트 마이어는 달에 미술관을 세울 계획을 짠다. 그는 자신을 포함한 앤디 워홀, 로버트 라우센버그 등 6명 작가의 드로잉을 손톱 크기만 한 도자기에 새겨 넣었다. 작품 제목은 '달 미술관'. 그는 나사의 승인을 받기 위해 여러 번 시도했지만, 계속 거부됐다. 그러던 중 마이어는 벨연구소의 과학자였던 프레드 발트하우어를 통해 이 작품을 아폴로 12호에 반입시켰다고 알려진다. 은밀하게 아폴로 12호의 착륙선 '인트레피드' 다리에 부착되었고, 달에 남겨졌다는 것이다. 잘 도착했음을 의미하는 전보를 받았다는 내용도 재밌다.
예술품과 비즈니스 세계가 지구를 넘어, 달과 우주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오래전부터 인류는 우주를 동경해 왔고, 여러 예술작품이 이런 탐구에 영감을 불어넣었다. 필자도 한동안 1977년 발사된 보이저 1호와 2호에 실린, 금제음반에 매료돼 조사한 적이 있다. 지구의 각종 정보와 메시지를 담은 LP 디스크는 혹시 만날지도 모를 외계 생명체에게 인류의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도구였다. 앞으로도 우주 탐사에는 예술가가 계속 참여해야 하며, 달을 포함한 우주 속 예술은 단 한 명 개인의 성과가 아닌 단체(collective)의 힘임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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