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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출렁인 '용인갑'… 반도체 벨트 풍향계 놓고 尹 측근·경찰 고위간부 출신 격돌[격전지 대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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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분이네." "젊은 패기로 잘 하겠습니다!"
"이상식 형님 파이팅!" "용인고 파이팅!"
4·10 총선을 23일 남긴 18일, 경기 용인갑(용인 처인구 전체)에 출마하는 국민의힘 후보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과 더불어민주당 후보 이상식 전 부산경찰청장이 분주하게 주민들과 인사를 나눴다. 이 전 비서관은 이동읍 상가와 게이트볼장을 돌며 악수를 청했고, 이 전 청장은 역북동 명지대입구 사거리에서 하교하는 대학생과 인근 고등학생들을 맞이했다. 일정을 마친 뒤엔 각각 김량장동 구도심 중앙시장으로, 농촌 지역인 백암면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개혁신당 후보인 양향자 의원도 중앙시장을 비롯한 지역 곳곳을 누비며 틈새를 파고들었다.
처인구는 4읍 3면 5행정동으로 이뤄진 전형적인 경기권 도농 복합 지역이다. 도심엔 대로를 기준으로 대형 아파트 단지와 시장을 낀 구도심이 마주 보고 있다. 중심가 위아래로 아파트와 농촌 지역이 섞인 읍·면이 있는데, 총면적 467.55㎢로 용인 전체 면적(591.22㎢)의 대부분이다.
경기 남부의 선거 요충지인 '반도체 벨트'(수원·용인·화성 등) 중에서도 용인갑은 이번 총선을 앞두고 중요한 리트머스지로 꼽힌다. 최근 몇 년간 전국단위 선거에서 보수 정당 우세 구도 속에서도 사이사이 진보 정당 후보가 약진했기 때문이다. 2020년 총선에선 정찬민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후보, 2022년 대선에선 이재명 민주당 후보, 같은 해 경기지사 선거에선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가 이겼다.
선거 결과만큼이나 유권자 구성도 복잡하다. 경기 60개 지역구 중 노년부양비 15위, 평균연령 18위로 보수 성향 60대 이상 인구가 많은 편이다. 하지만 읍과 동에 산재한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4050 외지인들이 2000년대 들어 꾸준히 늘었다. 19~21대 총선에서 보수 정당이 연승했으나, 텃밭이라고 단정하긴 어려운 배경이다.
특히 이달 11~12일 JTBC 의뢰로 실시된 메타보이스 여론조사에선 이 전 청장이 이 전 비서관을 오차범위 밖인 13%포인트 차로 앞섰다. 대선 때 민주당이 약 3%포인트 차로 앞섰던 결과를 감안하면 눈에 띄는 변화다.
일단 경기권 전역에서 강한 정권 심판 정서가 처인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같은 조사에서 '정부·여당 견제' 여론은 전체 43%로 지원 여론(31%)을 앞질렀는데, 두 후보 간 표차와 유사하다. 구도심인 중앙시장에서 장을 보던 외지 출신 40대 후반 정모씨는 "이태원 참사 대응부터 영부인 문제까지,국민을 위한 정치가 보이지 않는다"며 "정권 심판이 가장 우선이고, 이를 위해 똘똘 뭉쳐야 한다"고 말했다.
후보 인지도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거대 양당 후보 모두 외지 출신이지만, 이 전 청장의 경우 2022년 용인시장 예비후보에 도전했다가 경선 탈락한 뒤 2년간 기반을 닦았다. 반면 윤석열 대통령 측근인 이 전 비서관은 서울 강남을에 공천을 신청했다가 '양지 논란' 끝에 지역구가 조정돼 뒤늦게 뛰어들었다. 처인구민 조성완(66)씨는 "기왕이면 원래 선거운동하던 사람들이 (공천)됐으면 좋았겠다고들 생각할 것 같다"고도 말했다.
후보들의 전략도 이런 흐름과 상통한다. 이 전 청장은 고등학생들과 인사하던 중 "학생들의 친숙한 반응은 선행지표라고 생각한다"며 "지역사회에 제가 녹아들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비서관은 "검사 출신이라 강하고 독단적인 이미지라는 선입견이 있을 수 있는데, 만나 보면 '생각했던 인상과 다르다'는 이야길 많이 해 준다"며 "얼굴부터 많이 비춰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날 만난 주민들은 '의원들이 다들 비리에 연루됐다'는 말을 많이 했다. 실제 용인갑에선 17·18대 우제창 전 의원이 선거운동 관련 상품권과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징역 1년의 확정판결을 받았고, 19·20대 이우현 전 의원이 지역 정치인과 사업가 등으로부터 공천헌금 등 불법 자금을 받은 혐의로 징역 7년 확정판결을 받았다. 21대 정찬민 전 의원까지 용인시장 시절 부동산 개발업자에게 제3자를 통한 뇌물을 챙긴 혐의로 징역 7년형을 확정받았다. 우 전 의원을 제외하면 모두 보수 정당 소속이었던 만큼, 국민의힘에 불리한 요인이다.
20여 일 동안 지금의 흐름이 유지될지 장담은 어렵다. 지역 발전에 대한 청사진이 변수다. 최근 세 차례 선거를 보면 60대 이상이 많은 면 단위 지역에서 보수 진영이 크게 앞섰던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 읍과 동에서 근소한 차이로 승패가 갈렸다. 부동층 표심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후보들이 공통적으로 △반도체 산업단지 △교통망 확충 공약에 집중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특히 용인 기흥구와 수지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발전이 더뎠던 처인구 특성상, 2년 전 대선 직후 두 달 만에 경기지사 선거에서 여권 후보를 선택했듯 '여당 힘 싣기' 가능성도 배제 못 한다.
부동층 표심은 3지대 영향력과도 무관치 않다. 처인구에 30년 거주한 김모(53)씨는 "경제는 나몰라라 하고 서로 욕만 한다. 원래 민주당을 지지했는데 이 대표는 자기만 살려고 하는 것 같다"며 개혁신당을 대안으로 꼽았다. 양 의원은 시장에서 만난 주민들에게 "두 정당이 싸우는 모습이 이어지면 안 되기에 국민의힘이 아닌 개혁신당을 선택한 것"이라며 3지대 중요성을 강조했다. '검사·경찰 출신이 아닌 삼성전자 출신'인 자신이 지역 현안 해결 적임자라는 점도 공략 포인트다. 다만 개혁신당의 낮은 인지도가 여전해 극복이 필요할 전망이다.
※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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