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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총선에 등장한 동물공약들

입력
2024.03.20 04:30
27면

생태계

편집자주

사람에게 따뜻함을 주는 반려동물부터 지구 생물공동체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구체적 지식과 정보를 소개한다.

한국동물보호연합 회원들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선을 맞아 정당과 후보들에게 동물복지 정책을 촉구하며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뉴스1

한국동물보호연합 회원들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선을 맞아 정당과 후보들에게 동물복지 정책을 촉구하며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뉴스1

4월 총선을 앞두고 야당의 동물공약이 발표되었다. 동물복지 강화, 동물의료 공공서비스, 동물대체시험 활성화라는 키워드가 눈에 띈다. 총 9개의 공약 중 동물복지기본법을 제정하고, 민법을 개정하여 동물의 법적 지위를 소유물에서 생명체로 바꾸고자 하는 시도를 가장 처음에 두었다.

현 정부는 2년 전 2024년 동물보호법을 동물복지법으로 개정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계획대로라면 이를 위한 연구와 준비가 마무리되었을 것이고 올해 법안이 상정될 터이니 여야가 모두 총선 결과에 상관없이 동물복지(기본)법을 제정하는 데 뜻을 모을 것으로 기대한다. 동물학대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동물보호소 및 동물 생산시설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공약은 실현가능성에 대한 비판이 있으나 그 취지에 대해서는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공약은 선언적이거나 이미 지자체 수준에서 시행되고 있는 동물정책과 유사하다. 전문적인 실행 전략이 없다면 큰 의미가 없다. 실행 전략이 없을 경우 예산이나 인력 편성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선순위를 두자면, 동물복지 강화에 있어 가장 중요한 동물은 농장동물이다. 우선, 정책의 수혜자인 동물의 수가 많고, 상대적으로 돋보이기 어려운 정책이라 국가 수준의 노력과 관리가 필요하며, 다양한 이해당사자 간에 정치적인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동물의료에서 공공서비스는 아직까지 그 의미가 모호하다. 동물의료 공공서비스를 위해서는 해당 지역에 어떤 동물이 몇 마리 있고, 어떤 종류의 질병 관리를 필요로 하는지 파악한 후, 어느 수준까지의 질병 예방과 치료를 제공할지 결정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현재는 이런 체계보다는 보호자가 있는 반려동물에게 싼 진료비로 기초 수준의 진료를 제공하려는 방안으로 생각된다. 동물대체시험 활성화는 반드시 필요한 정책으로 이를 위해 지속적인 연구 과학기술계의 협력이 필요하다. 다만, 현실적인 실험동물의 복지 강화도 함께 이루어지길 바란다.

어느 선거에서나 동물복지 분야에서 보다 긴 호흡으로 우리 사회가 동물을 대하는 철학이 드러나는 공약과 정책이 제안되길 항상 기대한다. 이제 우리 동물정책에는 참고할 해외 사례나 민원 해결 과제가 아니라 과학적 근거와 현장과의 소통 그리고 전문성이 필요하다. 그래서 국가 차원의 동물복지 연구와 동물복지 정책 연구에 대한 지원이 강화되어야 한다. 그리고 현재는 너무도 부족한 전문가 양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천명선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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