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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 없는 '민생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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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국민 여러분,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2002년 대선 당시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가 TV토론에서 꺼낸 이 말은 많은 공감을 자아냈다. 국제통화기금(IMF)발 외환위기 극복 이후 정부가 경제 성과를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국민들은 생활에서 좀처럼 체감할 수 없었던 상황을 적확히 짚었기 때문이다. 22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한 질문이다. 4·10 총선에서 여야가 앞다퉈 '일반 국민의 생활 및 생계'를 이르는 민생(民生) 지킴이를 자처하고 있으니 말이다.
□ 최근 민생을 가장 강조하는 사람 중 한 명은 윤석열 대통령이다. 연초 각 부처 장관이 대통령에게 하던 업무보고를 현장성과 소통을 강조하며 민생토론회로 이름을 바꿔 지난 1월부터 이달 19일까지 21회 진행했다. 정부 부처 보고를 국민들이 참여하는 전국 행사로 전환해 사나흘에 한 번꼴로 열고 있는 셈이다. 당초 10여 회 정도로 기획됐으나 '총선용 행사'라는 비판에 대통령실은 덜컥 '연중 개최' 방침을 밝혔다.
□ 국민 평가는 야박하기만 하다. 올해 1~3월 한국갤럽 여론조사를 보면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 부정평가 이유 중 '경제·민생·물가'를 첫손에 꼽았다. '독단적·일방적' '소통 미흡' 등의 이유도 상위권이다. 독일 국빈 방문까지 포기하며 올인한 윤 대통령의 민생 행보가 국민의 피부에 와닿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일방적 정책 발표에 국민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취지도 무색해 보이기는 매한가지다.
□ 야심 차게 준비한 정부 행사에 반응이 없다면 중간 점검이 필요하다. 민생토론회에서 발표된 것들은 주로 감세와 개발 정책이었다. 10여 년 후에나 개통되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신설 계획을 발표한들 당장의 먹거리 물가를 걱정하는 서민에게는 공허할 뿐이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도 투자액이 많은 자산가에게 혜택이 돌아간다. 서민은 일터에서 한창 일할 시간에 생중계되는 민생토론회를 지켜볼 여유도 없다. 이처럼 '민생'과 '토론'이 생략된 행사를 이제라도 손보지 않는다면 연중 개최 방침은 공수표에 그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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