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투표 마지막 날까지 곳곳서 반푸틴 시위... "이 선거는 가짜다!"

입력
2024.03.18 17:05
수정
2024.03.18 17:17
6면
구독

러 전역서 '푸틴에 맞서는 정오' 시위
투표 용지에 "푸틴 살인자" 적어 제출
투표함 파괴도 잇따라… "65명 구금"

러시아 유권자들이 17일 낮 12시쯤 모스크바의 한 대선 투표소에 몰려 길게 줄을 서 있다. 외신들은 이들이 지난달 16일 옥중에서 의문사한 야권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가 생전에 촉구한 '푸틴에 맞서는 정오 시위' 참가자들이라고 설명했다. 모스크바=AFP 연합뉴스

러시아 유권자들이 17일 낮 12시쯤 모스크바의 한 대선 투표소에 몰려 길게 줄을 서 있다. 외신들은 이들이 지난달 16일 옥중에서 의문사한 야권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가 생전에 촉구한 '푸틴에 맞서는 정오 시위' 참가자들이라고 설명했다. 모스크바=AFP 연합뉴스

지난 15~17일 러시아 대선은 정부의 엄혹한 통제 아래 진행됐지만 국민의 저항을 완전히 끊어내지는 못했다. 각종 위협 앞에서도 러시아인들은 직간접적으로 자유를 향한 의지를 표출했다.

가장 두드러진 움직임은 ‘푸틴에 맞서는 정오’ 시위였다. 17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러시아 투표소 곳곳에는 갑자기 몰려든 시민들로 긴 줄이 형성됐다. 야권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가 지난달 16일 옥중에서 의문사하기 전에 제안한 집회 방식에 지지자들이 응답한 결과다. 그는 당국이 반(反)정부 집회를 강경 탄압하자 한날한시에 투표소에 나감으로써 우회적으로나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저항하자고 촉구했다.


나발니 측근 "수십만 명이 정오 시위 참여"

나발니의 최측근인 레오니트 볼코프는 이날 수십만 명이 정오 시위에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로이터는 이 숫자를 검증하지는 못했으나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예카테린부르크 등의 여러 지역 투표소에 정오가 되자 젊은 층을 중심으로 수백 명이 줄을 섰으며, 일부 투표소에는 수천 명이 모인 것을 목격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외견상 어떤 정치적 행위도 하지 않았으나 ‘왜 이 시간에 왔느냐’는 질문에 “뭐라도 하기 위해”라고 답했다. 일부 국민들은 투표용지에 엑스(X) 표를 치고 “나발니는 나의 대통령” “푸틴은 살인자” “전쟁 반대” 등을 적은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한 러시아 유권자가 러시아 투표용지 속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이름에 러시아 알파벳 '엑스(H)'표를 적고 "전쟁 반대" "나발니" 등을 적은 사진을 17일 엑스(X·옛 트위터)에 게시했다. X 캡처

한 러시아 유권자가 러시아 투표용지 속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이름에 러시아 알파벳 '엑스(H)'표를 적고 "전쟁 반대" "나발니" 등을 적은 사진을 17일 엑스(X·옛 트위터)에 게시했다. X 캡처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정오 시위는 비록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지 못했지만 저항과 연대를 보여주는 탁월한 방식이었다”고 평가했다. 아르메니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중국 포르투갈 영국 등의 러시아 대사관에도 이날 낮 12시 시민들이 몰렸으며, 나발니의 배우자인 율리아 나발나야도 독일 베를린에서 러시아 대사관을 찾았다. 그는 “푸틴은 살인자이고 깡패”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투표함 손상 등 노골적 항의도

보다 노골적으로 저항 의사를 표출하다가 당국에 체포되는 사례도 속출했다.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투표함에 페인트를 붓거나 투표소에 화염병을 투척한 러시아인 최소 15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러시아 선거 당국은 이 같은 ‘업무방해’ 행위로 투표함 최소 214개가 크게 손상됐다고 전날 밝혔다. 현지 인권단체 ‘OVD-Info’는 러시아 16개 도시에서 최소 65명이 구금됐다고 주장했다.

한 러시아 여성이 지난 15일 모스크바의 한 투표장에서 투표함에 페인트를 붓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한 러시아 여성이 지난 15일 모스크바의 한 투표장에서 투표함에 페인트를 붓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 당국은 애써 저항 움직임을 무시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낮 12시에 몰린) 이들은 투표를 하러 왔을 뿐이며, 배제된 사람들(반정부 인사들)의 호소를 거부했다는 사실은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김현종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