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등 돌린 미국 겨냥해 "기억력 나쁜가, 양심도 버렸나"

입력
2024.03.17 22:26
수정
2024.03.17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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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월 7일, 그렇게 빨리 잊었나"
'네타냐후 교체' 지지한 바이든도 비난
"국제사회 압박해도 라파 공격" 다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해 12월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내각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텔아비브=AP 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해 12월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내각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텔아비브=AP 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휴전을 촉구하는 국제사회를 향해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스라엘의 가장 큰 동맹이었지만 거듭된 불협화음 끝에 최근 '네타냐후 총리 교체설'까지 공개 지지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강하게 비난하기도 했다.

17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주례 각료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국제사회의 친구들에게 나는 기억력이 나쁘냐고, 그래서 홀로코스트 이후 최악이었던 작년 10월 7일 유대인 학살을 그렇게 빨리 잊었느냐고 묻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공격을 가리킨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전쟁을 멈추려는 사람들은 이스라엘군과 이스라엘 정부·총리에 대해 거짓 주장을 펴고, 전쟁 도중에 총선을 치르라고 한다"며 "하마스 괴물들로부터 이스라엘이 스스로 방어할 권리를 그토록 빨리 부정하려 하는가, 도덕적 양심을 그렇게 빨리 버렸나"라고 거듭 규탄하기도 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비난은 특히 지난 14일 미국 정치권에서 나온 이스라엘 총리 교체 요구를 겨냥한 것이다. 당시 미국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가자지구 민간인의 과도한 희생으로 이스라엘의 하마스 전쟁에 대한 지지가 역대 최저 수준이라며, 이스라엘은 총선을 통해 네타냐후 내각을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설 이튿날 바이든 대통령은 "그는 좋은 연설을 했다"고 맞장구치며 이스라엘과의 갈등을 키웠다.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와 회동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와 회동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본디 미국은 이스라엘의 최대 우방이었고, 이번 전쟁에서도 줄곧 이스라엘 편에 서 왔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휴전에 비협조적 태도를 보이고, 서방이 전후 중동 평화를 수립할 유일한 해결책으로 여긴 '두 국가 해법'(이스라엘·팔레스타인이 각각 독립 국가로 공존하는 방안)을 완강히 거부하는 등 강경한 태도로 일관하자 양국의 파열음은 점점 커졌다.

이날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 공격 의지도 재확인했다. 그는 "국제사회 압박이 아무리 커져도 하마스 소탕과 인질 석방, 가자지구발 안보 위협 해소 등 목표 달성을 막지 못할 것"이라며 "이스라엘은 라파에서 조심스럽게 작전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최후의 피란처'로 알려진 라파에는 140만 명의 피란민이 몰려 있어 공격이 현실화하면 대규모 인명 피해가 불가피하다. 이에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줄기차게 라파 공격을 만류해 왔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이를 무시하고 15일 이스라엘군(IDF)의 라파 군사작전을 승인한 바 있다.

김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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