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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과, 국산보다 안 싸'... 정부, 사실상 과일시장 개방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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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수입에 가장 근접한 일본산 사과의 가격 경쟁력이 국산 사과보다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산보다 결코 싸지 않다는 얘기다. 오히려 국내 시장을 뒤흔들 것으로 예상되는 복병은 미국산 사과였다. 이는 한국일보가 단독 입수한 정부의 과수경쟁력 평가에 담긴 내용으로, 정부가 사실상 과일시장 개방을 검토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본보가 입수한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해외 과수산업 경쟁력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정부는 지난해 미국‧일본‧호주‧뉴질랜드 4개국의 과수산업 경쟁력을 평가했다. 대상은 사과와 배, 감귤, 포도, 복숭아 등 5종이다.
과일 수입을 위한 수입위험분석(IRA) 절차 8단계 중 가장 높은 5단계까지 진행한 일본 사과(2.8점‧5점 만점)는 수입돼도 영향이 미비할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과 가격 변동폭‧품질‧공급 안정성 등을 종합 평가한 것으로, 보고서는 종합점수가 3점 이상이어야 경쟁력이 있다고 봤다. 특히 선박 운항료 등을 더한 일본 사과의 국내 추정 판매가격(㎏당 1만743원‧2022년 기준)은 같은 해 국내 평균 사과가격(㎏당 4,654원)을 두 배 이상 웃돌았다.
이와 달리 미국 사과는 IRA는 3단계로 일본보다 뒤졌지만 해당 평가에서 4.0점을 받아 경쟁력이 가장 높았다. 미국 사과의 추정 판매가격(㎏당 3,939원)은 국내 평균 판매가보다 18.2% 낮았다. 올해와 같은 사과 가격 폭등기와 비교하면 가격 차이는 더욱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 사과는 공급 안정성 측면에서도 만점을 받았다. 미국 사과 다음으로 미국 감귤(3.7점)‧배(3.6점)가 높은 점수를 받았다.
보고서는 “미국 사과는 높은 생산성과 품질, 다양한 품종으로 경쟁력이 높다”며 “미국 사과 수입 시 국내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과 미국에서 6개월 이상 거주한 소비자 53명 대상 설문에서도 응답자의 80.4%가 미국 사과 가격이 국산과 비슷하거나 낮을 경우 미국 사과를 구매하겠다고 답했다.
국산 사과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주무 부처인 농식품부는 별다른 대응 방안을 고민하지 않았다. 그러다 '금사과 사태'로 과수 위기가 불거진 뒤에야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7일 기자간담회에서 “안정적인 과일 생산 기반을 구축할 수 있는 ‘과수산업 경쟁력 제고 대책’을 마련해 이달 중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급하게 서둘러 낸 대책의 실효성이 얼마나 있을 지 의문이다. 박철선 과수농협연합회장은 "정부가 사과 수입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한다면 국내 사과 생산 기반은 무너지게 될 것"이라며 "농작물재해보험 개선 등 지속가능한 생산 기반 마련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 관련 영상
<상> 금사과 미스터리
<하> 사과만의 문제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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