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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풀기'에 기댄 무책임한 총선 공약... "4년 전보다 퇴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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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을 27일 앞두고 여야가 '10대 공약'을 내놓았다. △저출생 △철도 지하화 △소상공인 지원 △기후위기 대처 등 우리 사회의 주요 관심사가 망라돼 있다. 반면 핵심인 '돈을 어떻게 마련해 추진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은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 공약이 '맹탕' '선심성'이라는 지적은 이번에도 반복됐다. 또한 당장 눈에 보이는 선거용 이슈에만 집중하고 미래세대를 위한 주요 개혁과제는 등한시해 "총선 공약이 4년 전보다 퇴행했다"는 박한 평가를 받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4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총선 공약의 재원 마련을 대부분 '연간 세입 증가분'에 의존했다. 연평균 3.7%씩 늘어나는(2025년 기준 49조원 증가) 돈으로 비용을 조달하겠다는 안이한 발상이다. 공약 10개 가운데 민주당은 9개, 국민의힘은 5개가 해당됐다.
공약을 제대로 실천하려면 세수를 늘리거나 조정해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 각종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달갑지 않지만 정치권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다. 하지만 그런 내용은 쏙 빠지고, 불확실한 세입 증가분에 상당수 의존하겠다며 여야는 뒷짐을 졌다. 2020년 총선(10대 공약 중 국민의힘 7개, 민주당 0개)에 비해 재원을 연간 세입 증가분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더 뚜렷해졌다.
이처럼 무책임한 여야의 총선 공약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책 평가의 주요 기준으로 꼽히는 △실현 가능성 △구체성 △개혁성 면에서 전반적으로 퇴보했다고 지적했다. 정당이 당장 표가 되는 공약에만 치중해 선거의 비전이 뚜렷하지 않고 정책수립 역량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용모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책을 실현하려면 이를 뒷받침할 재원 마련책이 가장 중요한데 여야 모두 갈수록 이를 소홀히 여기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나마 국민의힘의 재원 마련 방안이 민주당보다는 좀 더 구체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여당은 저출생 대책 재원으로 고용부 고용기금이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철도 확대를 위해서는 교통시설특별회계 완료사업에 따른 재원을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재근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전반적으로 재원 마련책을 제대로 준비 안 했다"면서 “다만 집권 여당은 상대적으로 용이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총선 때는 (집권당이던) 민주당의 재원 마련책이 상대적으로 구체적이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여야 모두 과거에 비해 공약도, 재원 마련책도 부실한 건 부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여야가 선심성 공약에 매몰돼 정작 중요한 의제는 회피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극단적인 팬덤 정치에 올라타 정책적 차별화에 소홀했다는 이야기다. 홍순만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번 총선 공약들의 경우 현금성 복지 정책 비중이 더 크다는 느낌이 든다”며 “저출생 대책이 워낙 이슈다 보니까 그런 면도 있긴 할 듯하지만, 연금개혁 같은 개혁 과제들에 대한 언급은 모든 정당 통틀어서 적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거대 양당과 달리 제3지대 정당들은 정책 개혁성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새로운미래는 최근 9%인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향후 10년 동안 15%까지 높이고,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2033년 65세에서 이후 5년마다 한 살씩 높여 2048년까지 68세로 상향하는 안을 제시했다. 개혁신당은 이공계 산업 활성화 등을 위한 ‘수포자(수학포기자) 방지법’, ‘여성 징병제’ 도입 등 논쟁적 정책을 과감하게 공론화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민주당이 ‘주4일제 단계적 도입 추진’ ‘양육비 안 주는 나쁜 부모 제재’ 등 사회적 요구가 반영된 공약을 들고 나온 것도 고무적인 일이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국장은 “선거법상 공약을 공개하더라도 재원 마련책까지 반드시 포함해야 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 문제"라면서 “정책 대결을 위해서는 재원이나 공약 이행 시기를 명문화하고, 늦어도 선거 한 달 전에는 공약집이 완성될 수 있도록 강제하는 제도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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