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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없고 쉬쉬하고 무마하고... 축구협회, 이대로 괜찮은가

입력
2024.03.14 18:19
수정
2024.03.14 18:2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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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칩으로 카드게임 했음에도
"도박 아니다"라는 협회, 논란에 불 지펴
축구계 "협회 1년간 변하지 않아... 예고된 참사"

서울 종로구 대한축구협회 본관 앞에 KFA와 축구국가대표팀을 상징하는 호랑이 얼굴의 엠블럼이 있다. 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대한축구협회 본관 앞에 KFA와 축구국가대표팀을 상징하는 호랑이 얼굴의 엠블럼이 있다. 연합뉴스

2023 카타르 아시안컵을 앞두고 선수와 대한축구협회 직원이 카지노 칩을 걸고 카드게임을 한 사실이 드러나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특히 협회가 이번 사태에 대해 사과하고 반성하는 모습 대신 축소하고 무마하려는 태도를 보여 논란에 기름을 붓고 있다.

14일 협회의 조사내용에 따르면, 협회 직원인 A팀장은 아시안컵을 앞두고 1월 3~10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진행한 전지훈련 중 일부 선수들과 카드게임을 했다. 당시 A팀장은 한국에서 가져간 카지노 칩을 사용했고, 게임에 참여한 일부는 4만~5만 원 정도를 잃은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협회의 태도다. 협회는 "선수단이 훈련장에서 골대 맞추기 내기 등을 하거나 휴게실에서 보드게임, 플레이스테이션 등을 할 때 소액의 내기성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다수 있다"며 카지노 칩을 이용한 카드게임을 "도박성 행위와는 엄연히 다르다"고 선을 그으며 축소했다. 또 협회 직원이 선수들과 카드놀이를 한 게 파악됐음에도 "적절치 않은 행동" 정도로 표현했다. 국가를 대표하는 곳에서 돈을 건 게임을 한다는 자체에 문제의식이 결여돼 보인다.

그러면서 협회가 아닌 직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제스처도 취했다. 현재 A팀장은 내부 문제제기 끝에 지난달 20일 인사위원회에서 직위해제됐다. 그 사유도 "스태프는 선수들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라는 감독의 내부지침을 위반했다"며 "선수들만 사용할 수 있는 공간에 스태프가 함께한 점은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직원을 관리할 책임이 있는 협회의 사과나 반성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지난달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의 거취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지난달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의 거취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1년간 제자리걸음 반복한 협회... 축구계 "예고된 참사"

축구계에선 협회의 고질적 안이한 태도가 부른 참사라는 반응이 나온다. 협회의 최근 1년을 돌아보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 게 이상하다는 것이다.

협회는 지난해 승부조작 가담자를 포함해 축구인 100명에 대한 기습사면을 단행했다 비난이 들끓자 이틀여 만에 결정을 뒤집고 고개를 숙였다. 당시 정몽규 협회장은 "한층 엄격해진 도덕 기준과 팬들의 높아진 눈높이를 감안하지 못했다"며 "질타와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보다 나은 조직으로 다시 서는 계기로 삼겠다"고 했다. 이후 부회장단과 이사진이 사태를 수습하고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일괄 사퇴했으나 가장 중요한 쇄신안은 나오지 않았다.

축구계 관계자는 "그간 곪았던 것들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다 보니 갈수록 사건이 터지는 텀도 짧아지고 있다"며 "협회가 1년간 대책 마련 없이 제자리걸음만 한 결과다. 예고된 참사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협회의 한 관계자도 "업무와 규율, 규정의 불명확성 그리고 의무와 책임, 사명감 등의 결여가 복합돼 나타난 사건들"이라며 "지금이라도 구조적으로 느슨해져 있는 부분을 바짝 조이고, 구체적인 쇄신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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