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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가 뛸 고척돔 잔디, 새끼손톱 절반 오차도 허용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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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1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서울 시리즈’ 개막전으로 LA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경기가 열린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열리는 메이저리그 경기에 대한 팬들의 관심은 상당하다. 고척돔은 1만6,700명을 수용할 수 있는데 표는 이미 한참 전 매진됐다.
이번 경기를 앞두고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가장 강조한 건 메이저리그 수준의 경기장 환경이었다. 이에 고척돔을 관리하는 서울시설공단은 24억 원을 들여 경기장을 싹 보수했다. 특히 인조잔디를 새로 입히는 데 10억 원 넘게 투입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 2015년 개장한 고척돔은 마침 잔디를 바꿔야 할 시기이기도 했다. 고척돔 그라운드를 관리하는 공단 돔경기장운영처 박병주(52) 차장에게 잔디 교체 작업 뒷이야기를 들었다. 조경기술사 자격증을 보유한 박 차장은 2004년 공단에 입사해 수많은 경기장 그라운드를 관리해 온 베테랑이다.
메이저리그 그라운드 키퍼(경기장 흙과 잔디를 관리하는 전문가)가 내건 조건은 매우 까다로웠다. 박 차장은 “돔 구장 특성상 인조잔디를 깔아야 하는데 그들은 천연잔디 수준의 인조잔디를 원했다”고 설명했다. 거친 몸싸움이 수시로 펼쳐지는 미국 프로풋볼(NFL)에 깔린 천연잔디만큼의 충격 완화 기준을 내걸어 이를 맞추느라 진땀을 뺐다.
더 어려운 주문은 평탄화 작업이었다. 기존 잔디를 걷어내고 드러난 지반의 평탄화 오차를 6.3mm 이하로 유지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전체 그라운드의 가장 높은 곳과 낮은 곳 차이가 새끼손톱 반만큼도 차이가 나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박 차장은 “그 정도면 완벽히 평평한 수준”이라며 “온갖 애를 써 평탄화 작업을 했는데 30mm 오차가 나 눈앞이 캄캄했다”고 돌아봤다. 이후 레이저로 오차를 측정하는 값비싼 장비를 3주간 임대한 끝에 비로소 합격 판정을 받을 수 있었다. 박 차장은 “메이저리그는 정말 야구에 진심이더라”며 “우리와 질적으로 다르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지반 평탄화는 일반 사람 눈에는 보이지도 않는 미세한 작업이다. 그러나 세계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는 다저스의 오타니 쇼헤이(30)를 비롯해 무키 베츠(32), 파드리스의 매니 마차도(32), 김하성(29) 등이 직접 밟을 그라운드라 허투루 정비할 수 없었다. 박 차장은 “고척돔 잔디 아래 땅은 빙상장 같은 완전 평평한 땅이 깔려 있다고 보면 된다”고 자부심을 나타냈다.
인조잔디를 심는 작업은 올 1월부터 시작했다. 그때부터 두 달 넘게 박 차장을 비롯한 공단 직원과 잔디업체 관계자 10여 명은 주말도 없이 일했다. 이런 노력 끝에 녹색 카페트처럼 깔린 잔디를 보면 뿌듯하다. 박 차장은 “이번 작업이 평생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잔디 교체는 마무리됐지만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박 차장은 경기 당일 메이저리그, 고척돔을 홈구장으로 쓰는 키움 히어로즈 그라운드 키퍼들과 짝을 이뤄 현장에 투입된다. 그라운드가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도록 경기 내내 살펴야 한다. 그는 “경기를 집중해서 보기는 힘들 것 같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이어 “경기 후 어떤 평가가 내려질지 모르지만 최선을 다했다”며 “선수들이 아무 사고 없이 경기를 잘 마치면 그제야 마음이 놓일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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