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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패류독소의 계절...님아, '금지해역' 조개 아니면 괜찮다오

입력
2024.03.1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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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가열해도 살아남는 패류독소
채취 금지해역만 피하면 문제없어
올해는 아직 금지해역 지정 안 돼

편집자주

즐겁게 먹고 건강한 것만큼 중요한 게 있을까요. 그만큼 음식과 약품은 삶과 뗄 수 없지만 모르고 지나치는 부분도 많습니다. 소소하지만 알아야 할 식약 정보, 여기서 확인하세요.


바닷물이 빠진 갯벌에서 조개를 잡는 사람들. 게티이미지뱅크

바닷물이 빠진 갯벌에서 조개를 잡는 사람들. 게티이미지뱅크

어느새 봄입니다. 겨우내 얼었던 갯벌에도 상춘객의 발길이 이어질 겁니다. 저마다 호미 한 자루씩 들고 갯벌 체험을 하며 몇 마리밖에 못 잡은 조개라도 열심히 해감을 해서 맛을 보겠죠.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서 이처럼 갯벌을 즐기고 조개를 캐는 거야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봄이라는 계절적 특성상 섭취할 때는 주의할 점도 있습니다. 자연 상태에서 존재하는 독의 하나인 패류독소입니다.

독하디독한 패류독소, 너의 정체는

패류독소를 다룬 식품의약품안전처 영상. 유튜브 캡처

패류독소를 다룬 식품의약품안전처 영상. 유튜브 캡처

16일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패류독소는 조개류에 축적돼 먹으면 식중독을 일으키는 자연 독의 총칭입니다. 우리나라 연안뿐 아니라 전 세계 어디에나 독성을 가진 플랑크톤이 있는데, 바지락과 홍합 같은 패류와 멍게, 미더덕 등 피낭류가 이를 먹이로 삼아 패류독소가 생성됩니다.

패류독소에는 마비성, 설사성, 기억상실성 세 가지가 있습니다. 이름 그대로 섭취 시 발현하는 증상에 따른 분류입니다. 이 중 국내에서는 마비성 패류독소가 주로 발생합니다. 중독 증상을 따졌을 때 가장 위험한 독소이기도 합니다. 섭취 뒤 30분 이내에 입술 주변이 마비되면서 두통과 호흡곤란 등이 생기고 심할 경우 사망에 이릅니다.

설사성은 메스꺼움, 복통, 구토, 설사 등 소화기계 장애를 일으키고, 기억상실성은 단기 기억상실 같은 신경계 증상과 구토, 복통 등을 유발하지만 증상 자체는 비교적 경증입니다. 세 가지 패류독소 모두 냉장이나 냉동, 가열 등 어떤 방법으로도 없애는 게 불가능합니다.

한반도에서 패류독소는 3월부터 생기기 시작해 해수 온도 15~17도에서 최고치를 찍고 6월 중순 이후 해수 온도가 18도 이상으로 상승하면 자연 소멸됩니다. 바다가 있는 곳이면 세계 어디서든 생기지만 국가와 지역별로 해양환경이 달라 발생 시기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플랑크톤이나 그걸 먹은 조개의 죄는 아니지만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섭취 시 위험도가 높은 만큼 봄철이 되면 관련 기관들도 바빠집니다. 해수부가 매년 수립하는 '패류독소 안전성 조사계획'에 따라 수산과학원은 이달부터 6월까지 전국 연안에서 패류독소를 확대 조사하고, 그 결과를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시합니다. 지난해까지는 조사 정점이 전국에 118개였는데, 올해는 경기 화성시와 안산시가 추가돼 총 120개로 늘었습니다. 만약 정점에서 허용 기준치를 초과하면 관할 지방자치단체는 해당 해역을 '패류 채취 금지해역'으로 설정해야 합니다.

대형마트나 전통시장 등 유통 단계에서의 검사는 식약처가 수행합니다. 이달 4일부터 식약처는국내산 패류와 피낭류 총 490건에 대한 수거 검사에 돌입했습니다. 검사 결과 허용 기준치를 초과해 부적합으로 판정되는 수산물은 판매금지 및 회수 처리하고 관련 정보를 인터넷 '식품안전나라'에 게시합니다. 지난해에는 마비성 패류독소 허용 기준을 초과한 수산물 1건(홍합)을 회수했습니다.

패류독소 허용 기준치는 종류에 따라 다릅니다. 식약처 고시인 '식품의 기준 및 규격'에 따르면 가장 위험한 마비성 패류독소가 1㎏당 0.8㎎ 이하입니다. 설사성(0.16㎎/㎏)과 기억상실성(20㎎/㎏)은 기준치가 이보다 두 배 이상 높습니다.

올해 들어 아직까지 우리 연안에서 패류 채취 금지해역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5~11일 남해안 일대 해역에서 이뤄진 조사 때 3개 정점에서 패류독소가 검출됐지만 모두 허용 기준치 이하였습니다.

금지해역 지정 시 임의 채취·섭취 안 하면 그만

이달 11일 발표된 남해안 일대 마비성 패류독소 조사 결과. 세 곳에서 기준치 이하가 검출됐다. 국립수산과학원

이달 11일 발표된 남해안 일대 마비성 패류독소 조사 결과. 세 곳에서 기준치 이하가 검출됐다. 국립수산과학원

패류독소가 무서운 것은 사실이지만 시중에 유통되는 조개류는 검사를 거쳤기 때문에 안심하고 먹어도 됩니다. 또한 3~6월 개별적으로 갯벌 체험을 하며 힘들게 캔 조개를 먹지 말아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패류독소가 허용 기준치를 초과해 패류 채취 금지해역으로 설정된 지역에서만 임의로 채취한 조개를 먹지 않으면 됩니다. 우리나라 연안에서 매년 금지구역으로 지정되는 곳은 남해안 극히 일부 지역에 그칩니다. 금지구역도 주 1회 패류독소 집중 조사에서 잔류량이 허용 기준치 밑으로 떨어지면 해제됩니다. 따라서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올해도 금지구역이 지정된다면 그곳을 피하면 되는 것이지 과도하게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국립수산과학원 관계자는 "패류 채취가 금지된 해역에서는 임의 채취나 '익혀서 먹으면 괜찮겠지'라는 생각을 절대로 하면 안 되지만 금지해역이 아니라면 채취와 섭취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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