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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장'하는 자괴감에 울었던 아이돌, '고려거란전쟁'서 땀으로 소매 적시며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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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복 입는 게 낯서네요."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의 한 카페. KBS2 사극 '고려거란전쟁' 종방 후 인터뷰를 위해 흰색 니트를 입고 나온 김동준(32)은 이렇게 말하며 멋쩍어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지난주까지 1년 동안 경북 문경 등에서 사극 촬영에 전념했다.
김동준이 맡은 역은 고려의 황제 현종. 곤룡포를 입고 카메라 앞에 서면 양 소매가 흠뻑 젖기 일쑤였다. 2011년 드라마 '영도다리를 건너다'로 본격적으로 연기 활동에 나선 뒤 처음으로 정통 사극에 출연한 부담감이 커 땀을 비 오듯 흘렸다. "왕과 신하들이 모이는 정전에서 연기 경력이 도합 몇백 년은 훌쩍 넘는 선배님들 앞에서 용좌에 앉아 연기를 하려니 엄청 긴장되더라고요. 처음엔 말도 더듬었죠."
지난 10일 막을 내린 '고려거란전쟁'은 강감찬(최수종)이 아닌 현종의 성장사를 중심으로 펼쳐졌다. 시청률 10%대를 기록하며 드라마가 화제를 모을수록 김동준의 고민도 깊어졌다. "현종을 시청자들에게 더 알려주고 싶어" 고려사 등을 찾아보며 공부했다. 그는 "'현종이 귀주대첩에서 승리하고 돌아온 강감찬을 위해 연회를 베풀 때 그의 손을 놓지 않았다'는 내용이 있더라"며 "승리하고 돌아온 강감찬에게 꽃 모양의 금관을 씌워줄 때 그의 손을 꼭 잡고 들어 올리는 것에 그 풍경을 녹여 촬영했다"고 뒷얘기를 들려줬다.
나아가 김동준은 현종도 재해석했다. 마지막 회에서 현종은 하직 인사를 올리러 온 강감찬을 보낸 뒤 그의 뒤에서 고개를 숙여 고마움을 전한다. "'역사에선 왕이 신하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일은 없었겠지만 사람을 소중히 여긴 현종이라면, 그 상대가 강감찬이라면, 이렇게 촬영해도 되지 않을까' 하고 최수종 선배와 감독에게 의견을 낸 뒤" 찍은 장면이었다. 그는 이 에피소드를 가장 기억에 남는 촬영으로 꼽았다.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고 말하는 그의 눈은 순식간에 붉어졌다.
'황실의 사통으로 태어난 사생아. 정변의 소용돌이 속에 즉위한 어린 황제. 하지만 왕순(현종)은 자신의 운명을 이겨내고 거란의 침략을 격퇴하며 고려를 평화와 번영의 길로 인도했다.' 드라마는 이런 자막으로 끝난다.
현종처럼 김동준의 삶에도 굴곡이 많았다. 2010년 그룹 제국의아이돌로 데뷔한 뒤 일주일에 많게는 두 번씩 '여장'을 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어떻게든 눈에 띄고 싶어 한 몸부림이었다. 자괴감이 들어 울기도 했다. 그는 연기를 시작한 뒤 '잘하겠어?'란 눈총도 받았다. 그렇게 버티다가 청년 인턴을 연기한 '보좌관'(2019)을 통해 배우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고려거란전쟁' 초반 연기력 논란으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연기에 안정을 찾고 극을 이끌었다. "도전하지 않으면 얻을 수 있는 게 없잖아요. 그래서 어떤 선택이든 주저하지 않았어요. '고려거란전쟁'도 마찬가지고요. 시행착오를 통해 나를 다듬는 과정을 거쳐야 진짜 '나'도 알 수 있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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