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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물·유지 싸졌는데 가공식품은 왜 비싼가"... 압박 나선 정부

입력
2024.03.13 17:00
수정
2024.03.13 18:21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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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그리드플레이션' 질타한 정부
"원재료 하락했으니 가격 내려라"
코스피 상장 식품기업 62%는 실적 개선

서울 강남구 한 마트의 라면 코너. 최주연 기자

서울 강남구 한 마트의 라면 코너. 최주연 기자

밀가루와 식용유를 만드는 곡물과 유지 가격은 내렸는데 가공식품 가격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자 정부가 업계를 압박하고 나섰다. 과도한 이익 추구로 물가 불안을 더 키우지 말고 곡물가 하락에 맞춰 가격을 낮추라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3일 오뚜기, 농심 등 19개 식품기업 대표와 간담회를 했다. 올해 들어 정부가 주요 식품기업 대표를 불러 모은 건 처음이다. 한훈 농식품부 차관은 “원자재 가격 상승기에 인상된 식품 가격이 주요 곡물·유지류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계속 유지되고 있다”며 “원재료 가격 상승을 이유로 식품 가격을 인상했다면 원재료 가격 하락 시기에는 합리적인 수준에서 식품 가격을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국민이)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이 13일 서울 서초구 한국식품산업협회에서 열린 가공식품 물가안정을 위한 식품업계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한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이 13일 서울 서초구 한국식품산업협회에서 열린 가공식품 물가안정을 위한 식품업계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세계식량가격지수에 따르면, 곡물류는 2022년 3월 고점(170.1)을 기록한 뒤 올해 2월 113.8까지 떨어졌다. 유지류도 같은 기간 251.8에서 120.9로 가파르게 뒷걸음질 쳤다. 식량가격지수는 2014~2016년 평균값을 100으로 놓고, 곡물‧유지류‧육류‧유제품‧설탕 가격을 합산해 산출한다. 수치가 낮을수록 가격이 떨어졌다는 뜻이다.

식료품 값은 정반대다. 밀가루 원재료인 소맥분 값은 2022년 1분기 ㎏당 약 498원에서 2023년 4분기 435원으로 내린 반면 소비자 가격은 1,684원에서 2,111원으로 올랐다. 같은 기간 식용유(1.8L 기준)도 원재료는 2,952원에서 2,887원으로 하락했지만 소비자 가격은 되레 7,041원에서 8,872원으로 상승(이상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조사)했다.

주요 식품기업의 실적은 좋아졌다. 코스피 상장 식품기업 37곳 중 23곳(62%)은 영업이익률이 전년보다 개선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풀무원의 영업이익(619억 원)은 전년보다 135.4% 급증했고, 농심은 89.1% 늘어난 2,12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빙그레는 창사 이래 최대 영업이익인 1,123억 원을 기록했다.

정부는 그간 식품업계가 건의한 커피생두, 감자, 변성전분 등 27개 식품 원재료에 대해 올해 초부터 할당관세를 실시,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는 입장이다. 할당관세는 수입 시 붙는 관세를 한시적으로 낮추는 제도를 뜻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가공식품을 포함해 국민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민생 품목과 관련한 담합 발생 가능성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구체적인 혐의가 포착될 경우 신속하게 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업체들이 가격을 낮추지 않으면 공정거래위원회 등과 함께 담합 조사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세종= 조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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