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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이 무지개다리를 건너면

입력
2024.03.13 04:30
27면

생태계

편집자주

사람에게 따뜻함을 주는 반려동물부터 지구의 생물공동체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구체적 지식과 정보를 소개한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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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릴 때부터 감정기복도 눈물도 없는 성격이었다. 그런 나에게도 눈물샘을 자극하는 포인트가 있다. 바로 반려동물의 죽음이다. 반려동물이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이 TV에 나오면 어느샌가 펑펑 울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반려동물이 죽으면, 보호자는 무엇을 해야 할까. 사람이 죽는 경우에는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라는 특별법에 따라 처리되지만, 반려동물이 죽는 경우에는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처리된다. 보호자는 사체를 일반 쓰레기처럼 종량제 봉투(생활폐기물)에 넣어 버리거나, 동물병원에서 처리(의료폐기물)할 수 있다. 동물보호법에 따라 동물장묘업체를 통해 화장, 건조장, 수분해장 등으로 사체를 처리하고 납골당에 유골을 보관할 수도 있다.

그런데 최근 동물장묘업체와 관련한 사고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현재 기준 85개의 동물장묘업체가 운영 허가를 받았지만, 포털에는 85개가 넘는 업체가 검색되고 있다. 이는 동물장묘업 허가를 받지 않은 채, 온라인 홍보를 통해 단순히 장례용품을 판매만 하고, 실제 장례식은 연계된 동물장묘업체에서 진행하는 업체가 다수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모 지역에서 화장을 진행한다'라고 홍보하는데 해당 지역에는 동물장묘업체가 없었던 사례도 있었고, 메모리얼 스톤(반려동물의 유골을 재료로 만드는 조약돌 모양의 장신구)을 주문했는데 업체가 여러 동물의 유골을 한데 다 모아서 스톤을 만들어버린 사례도 있었다.

납골당과 관련한 사기도 발생하고 있다. 납골당의 경우, 장기간 유골을 보관하기 때문에 목돈을 받고 납골당 지분이나 장기 이용권을 분양하기도 한다. 이때 업체가 납골당을 짓기도 전에 분양을 개시해 고객들의 돈을 미리 받아 놓고 잠적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많아짐에 따라, 이렇게 발전된 형태의 부동산 사기까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동물장묘시설은 혐오시설로 인식되기 때문에 신규 허가를 받기가 매우 어려운 실정이고, 이는 국가나 지자체가 정책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이런 인식하에 제주도에서는 83억 원을 투입해 동물장묘시설을 포함한 '반려동물 복지문화센터'를 올해 안으로 조성할 예정이다.

사람이 죽으면 먼저 무지개다리를 건넜던 반려동물이 마중 나온다는 이야기가 있다. 바쁜 일상을 핑계로 반려동물을 챙기지 못해 미안한 마음뿐인데, 사후에라도 반려동물과 여유롭게 산책하면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지 상상해 본다.


한재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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