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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그리 급했나...신임장 사본 들고 호주 간 이종섭, 이유는?

입력
2024.03.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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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소수일 땐 수여식 일정 잡기 어려워"
"신임장 원본 없이도 대부분 활동 가능" 주장
전직 고위관료 "원본 없을 경우 대외활동 최소화"

이종섭 주호주대사. 사진공동취재단

이종섭 주호주대사. 사진공동취재단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혐의를 받는 이종섭 주호주대사가 이르면 다음 달 재외공관장회의를 계기로 한국에 잠시 들어올 전망이다. 대통령으로부터 신임장을 받지 못한 채 '사본'만 들고 출국했기 때문이다. 야권에서는 "법치를 무너뜨린 조치"라며 외교·법무 장관 탄핵 주장까지 하고 나섰다.

외교부 당국자는 11일 이 대사의 임명과 관련해 "김완중 주호주대사가 지난해 말 정년이 도래해 교체가 필요한 상황이었다"면서 "지난해 말 24억 달러 규모의 장갑차 수출계약이 체결돼 업무 종류 후 후임자 임명 작업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호주는) 신형 호위함 3척 수주 경쟁을 진행하고 있는, 새롭게 부상하는 방산 파트너"라며 "(여러) 측면을 고려해 국방장관 출신의 중량감 있는 인물을 호주대사로 임명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1월 해병대 사건 수사 외압 피의자로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부터 출국금지가 내려진 상황에서, 이 대사를 사실상 '해외 도피'시켰다는 비판에 대한 해명이다.

이 대사는 4일 임명된 후 7일 공수처로부터 소환 조사를 받았다. 그리고 하루 만인 8일 출국금지가 해제되면서 10일 호주로 출국했다. 대통령실 관계자 역시 "이 대사가 언제든 소환조사에 응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안다"며 "수사에 차질이 빚어지거나 방해를 하는 건 맞지 않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법무부 역시 "출금을 유지할 명분이 없었다"고 했지만, '윗선' 수사를 차단하기 위한 '잘 짜인 각본'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여기에 이 대사가 출국길에 신임장 사본을 들고 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증폭되고 있다. 신임장은 해외에 파견되는 대사가 국가원수로부터 받아 주재국 국가원수에게 제출하는 외교문서다. 통상 출국 전 신임장 수여식에서 원본을 받는다. 사본을 통해서도 일반적인 대사 활동에 지장은 없지만, 원칙적으론 원본을 제출해야 한다. 전직 고위 외교관료는 "신임장을 제출하지 않은 대사는 공개적인 대외활동을 자제하는 게 관행"이라며 "사본과 원본에는 질적인 차이가 분명 존재한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그러나 "부임하는 공관장이 소수인 경우 신임장을 부임 이후에 외교행랑을 통해 별도로 송부해 주재국에서 제출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비정기적 공관장 인사가 이뤄질 경우 원본 없이 출국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사와 함께 임명된 김판규 주나이지리아대사(전 해군참모차장)와 지난 8일 임명된 윤연진 주모로코대사 역시 신임장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사는 이에 따라 내달 말쯤 열릴 재외공관장회의를 계기로 한국에 일시 귀국할 것으로 전망된다. 외교부가 신임장 원본을 외교행낭을 통해 호주로 보낼 계획이지만, 일종의 수여식 '퍼포먼스' 차원이다. 재외공관장회의는 세계 각국에 주재하는 한국 공관장들이 귀국해 서울에 모이는 행사로 다음 달 총선 이후 개최가 유력하다.

야당에서는 이날도 이 대사 임명과 출국을 두고 '도피 부임'이라는 비판을 제기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명백한 수사 방해이자 직권남용"이라며 외교장관과 법무장관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고, 고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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