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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 시기 기업들, 제품 가격 조금씩 자주 올렸다”

입력
2024.03.11 18:00
수정
2024.03.11 18:0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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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필품 가격 연평균 1.3→2회 올라
"인상 '폭'보다 '빈도' 조정 선호"

지난해 2월 서울 시내 대형마트의 고추장 코너에서 한 고객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2월 서울 시내 대형마트의 고추장 코너에서 한 고객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고물가로 비용 압력이 커지자 기업들이 가격 조정 빈도를 전보다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 반응을 고려해 가격을 조금씩 자주 인상하는 방법을 택한 건데, 결과적으로 물가 상승을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이 11일 발표한 ‘팬데믹 이후 국내 기업 가격 조정 행태 변화의 특징과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생필품 가격 조정 확률(할인 등 일시 조정 제외)은 2018~2021년 월평균 11%에서 2022, 2023년 15.6%로 상승했다. 바꿔 말하면 평균적인 상품 가격 유지 기간이 약 9.1개월에서 6.4개월로 짧아졌다는 의미가 된다. 연 1.3회 정도 가격을 올리던 기업이 팬데믹 이후엔 한 해 두 번씩 올린 것이다.

물가 상승률이 1%포인트 오를 때 개별 품목의 인상 빈도(확률) 역시 약 1%포인트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반면 가격 조정 폭(인상·인하율)은 코로나19 전후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2019년 이후 국내 생필품 가격 인상률은 회당 평균 20~25%, 인하율은 15~20% 범위에서 유지됐다. 한은은 “가격 변화에 따른 소비자 저항 및 민감도, 경쟁품으로의 대체효과 등을 고려해 기업이 가격 인상 시 ‘폭’보다 ‘빈도’ 조정을 선호함에 따라 물가 상승률과 가격 인상 빈도 간 상관성이 높게 나타난 것”이라고 풀이했다.

개별 기업의 가격 인상 빈도 변화는 거시 경제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서는 짚었다. 유가 급등처럼 비용 충격의 크기가 크거나, 서로 다른 충격이 동시에 발생했을 때 기업의 가격 인상 빈도가 확대되면서 물가 상승률이 더 큰 폭으로 확대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물가 상승률이 4~5%대로 높은 시기에는 동일한 비용 충격에도 가격 인상 빈도가 늘어나면서 물가에 빠르게 전이되는 결과가 나타났다.

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목표치(2%)를 웃도는 상황인 만큼 경계심을 유지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이동재 조사국 물가동향팀 과장은 “아직 기업의 가격 조정 행태가 과거 수준으로 돌아가지 않은 상태”라며 “향후 새로운 충격이 발생하면 물가 변동폭이 안정기에 비해 커질 수 있는 점에 유의하면서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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