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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젊은 지역구, 민주당 강세... 틈새 공략 이준석에 與는 '10년 주민' 투입[격전지 대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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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준석이다."
10일 오후 경기 화성시 동탄호수공원에서 주황색 점퍼를 입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를 알아본 시민들이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사진을 찍어달라고 청하기도 했고, 지나가던 차를 세우고 창문 너머로 악수를 청하는 시민도 여럿 눈에 띄었다. 전국적 인지도를 가진 이 후보 인기를 확인할 수 있는 장면들이었다.
경기 남부의 수원과 화성, 용인 등 반도체 벨트는 4년 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한 지역이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을 탈당한 이 후보가 동탄 신도시가 주축인 화성을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그간의 표심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정권심판론과 변화를 요구하는 유권자들의 표심을 이 후보가 파고들면서, 수도권에서 3자 대결 구도가 형성된 지역 중 가장 주목을 받고 있다.
'이준석 바람'을 잠재우기 위해 지역 맹주를 자처해 온 민주당은 현대차 사장 출신의 공영운 후보를 투입했고, 국민의힘은 현직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연구원으로 이 후보와 비슷한 연배의 한정민 후보를 내세웠다. ①스타 정치인 대 정치 신인들의 대결 ②'반도체 벨트' 쟁탈전에 나선 현대차와 삼성전자 출신 간 정면 승부가 주요 관전 포인트다.
화성을은 동탄2신도시 대부분의 지역을 아우른다. 첫 입주를 시작한 지 만 7년을 앞둔 젊은 '베드 타운'이다. 4년 전과 비교해 인구가 4만4,000여 명이나 늘었다. 신축 공사가 진행 중인 아파트도 적지 않다. 유입 인구 대부분은 어린 자녀를 둔 신혼 부부 또는 '직주 근접'을 위해 이사 온 1인 가구다. 평균 연령은 34.7세로 전국 254개 총선 지역구 중 평균 연령이 가장 낮다. 전국 평균(44.9세)과 비교하면 10세 이상 어린 젊은 도시다.
신도시들이 안고 있는 공통적 문제를 겪고 있다. 교통·교육 인프라 부족이다. 지하철이 없어 대중교통은 불편하고, 자가용을 이용하면 교통 체증에 시달린다. 중학교 과밀학급 문제가 심각해, 버스를 타고 30~40분 걸리는 학교로 배정받는 학생의 부모들은 불만이 적지 않다.
주민들이 젊은 이 후보 출마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도 '지역의 미래'와 무관치 않다. 이 후보는 이날 열린 개혁신당 화성을·정 당원간담회에서 "170석 의석을 갖고도 윤석열 대통령 하나 제지 못 하고 '비명횡사' 공천 소리나 듣는 무능한 야당보다 개혁신당이 국민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진짜 야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후보로 더 이상 지역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와 척을 진 이 후보의 정체성도 일단 유리한 지점이다. 이 후보는 "이 지역의 민주당 강세는 전통적 지지층이 아니라 화이트칼라 지지층 덕분"이라며 "이들은 현 정권의 실정에 강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고, 현안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변동 가능성의 폭이 다른 어느 지역보다 크다고 본다"고 귀띔했다. 이 후보도 철저하게 지역 맞춤형 공약으로 표심을 파고들고 있었다. 그는 "이공계가 많은 특성을 살린 과학고 설립, 베드타운 탈피의 일환으로 문화체육 활성화를 위한 프로스포츠단 창단 등이 지역 정체성 확립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에서 학원을 운영 중인 장은정(43)씨는 이날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이준석 후보에게도 관심이 간다"며 "공약을 꼼꼼히 보고 교육 문제 해결 등 동네를 살기 좋게 만들어 줄 수 있는 후보에게 투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현역 이원욱 의원이 개혁신당으로 이탈한 민주당이 수성을 위해 전략공천한 인사는 현대차 사장 출신의 공 후보다. 그는 기업인으로 쌓은 업적을 토대로, 지역 발전을 실현할 적임자라는 점을 차별화 포인트로 삼고 있다.
공 후보는 크게 두 가지를 강조한다. 우선 지역 내 열악한 대중교통의 대안으로 운영을 앞두고 있는 '똑버스'를 직접 만든 당사자라는 사실을 부각하고 있다. '똑버스'는 일정한 노선 없이 승객의 호출에 따라 운행하는 수요 연계형 대중교통이다. 공 후보는 "제가 기업에 있던 2020년 직접 창안한 시스템"이라며 "주민들의 최대 숙원사업인 교통 문제 해결에 참신하고 전략적인 접근이 가능한 후보는 제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공 후보는 반도체와 자동차라는 두 선도 산업 융합의 물꼬를 튼 당사자라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지역 주민 유소원(58)씨는 "민주당이 작은 소리를 놓쳐서 비판받고 있지만, 현 정권을 심판해 줄 유일한 정당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지도 측면의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여당은 이 후보와 비슷한 연배의 젊은 후보로 맞불을 놓았다. 삼성전자 연구원인 한 후보가 그 주인공이다. 여당 내부에서도 '깜짝 공천'이란 얘기가 나올 정도로 예상치 못한 인사다. 그는 일단 '공약 구현이 가능한 여당 후보'라는 점을 강조한다. 실제 그는 화성정에 전략공천된 유경준 의원과 연대를 얘기한다. 한 후보는 "지역주민들이 가장 원하는 지하철과 고속도로 문제는 모두 국토교통부랑 해결해야 한다"며 "정부 여당의 일원으로 제가 유 의원과 손발을 맞춘다면 다른 후보들의 공약보다 빨리 실현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약점인 인지도 만회를 위해 한 후보는 인근 기아차 공장의 통근버스 출발 시간에 맞춰 오전 4시부터 출근길 인사에 나선다. 지역주민들과 스킨십이 원활하게 이뤄지는 건 10년 넘게 이 지역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날도 "저는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어디서 차가 막히는지, 서울 종로나 잠실을 가려면 어느 길이 좋은지 다 알고 있다"고 지역 밀착형 후보라는 점을 부각했다. 결혼을 앞둔 중소기업 직원 유성룡(36)씨는 "도시는 커지는데, 교통은 열악한 수준"이라며 "공약을 보고 청년들의 삶을 개선해 줄 수 있는 후보를 고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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