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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도둑' 몰린 배달기사... 유튜브 응징 이대로 괜찮나

입력
2024.03.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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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앱의 음식 폐기 요청 따른 것"
한문철TV "신중하지 못했다" 사과
"이미 도둑 매도…어떻게 보상받나"

지난달 15일 방송된 유튜브 채널 '한문철TV'의 방송 장면. 한문철TV 캡처

지난달 15일 방송된 유튜브 채널 '한문철TV'의 방송 장면. 한문철TV 캡처

유명 유튜브 채널에서 억울하게 음식 도둑으로 몰린 배달기사 사연이 알려지면서 사적 제재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저희 남편이 한문철TV에서 도둑놈으로 몰렸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교통사고 전문 한문철 변호사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한문철TV 구독자 수는 177만 명이 넘는다.

본인을 한문철TV 유튜브 21227회, 21228회에서 도둑으로 지목된 배달기사 아내라고 밝힌 작성자 A씨는 영상이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A씨가 지적한 영상은 지난달 15일 게재됐다. 해당 영상에서 '음식 도둑은 어떤 처벌 받나요'라는 내용으로 제보받은 폐쇄회로(CC)TV를 공개했다.

CCTV 영상에는 배달기사가 음식점에 들어와 포장된 음식을 가져가는 모습이 담겼다. 하지만 한 변호사는 해당 기사가 점주가 없는 틈을 타 음식을 훔쳐갔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저런 좀도둑도 있나,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누리꾼들도 '상습범인 것 같다', '확인도 안 하고 그냥 가져가네' 등 배달기사를 도둑으로 몰아갔다.

A씨는 이에 대해 "제 남편은 지난 2월 5일 경기 양주에서 배달앱을 통해 가맹점 배달 건을 잡아 도착지로 갔고, 도착 후 배달업체 측 앱 오류로 배차가 취소됐다는 걸 알게 됐다"며 "배달 앱과 통화해 해당 음식은 고객 요청으로 다시 제조해 새로 배달하기로 했으니 '픽업한 음식을 자체 폐기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업체 요청에 따라 음식을 가져갔지만, 한문철TV에 '음식 도둑'으로 제보돼 방송이 나갔다고 A씨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A씨는 "가맹점 측에서 남편을 오해했을 수도 있으니 남편이 가맹점으로 가서 점주분께 확인 요청을 했다"며 "그런데 충격적이게도 점주 분은 이미 폐기 음식 건에 대해 배달업체 측에서 보상 처리를 받았고, 무슨 이유에서인지 배달기사였던 저희 남편을 제보했다고 한다"고 했다.

A씨는 "(저희는) 남의 음식 훔쳐다 먹을 정도로 가난하지 않다. 뭐가 아쉬워서 저희 남편이 음식을 훔치겠냐"고 말했다. 그는 "점주의 '죄송하다' 말 한마디면 다인 거냐. 이미 영상을 본 사람들과 저희 남편을 알아본 지인들의 머릿속에 도둑놈이 돼버렸는데 어떻게 보상받냐"고 심경을 토로했다.

논란이 커지자 한문철TV 측은 영상을 삭제하고 10일 정정방송을 내보냈다. 한 변호사는 "신중하지 못했던 것을 반성한다.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A씨는 거짓 제보한 해당 가맹점의 공식 사과도 요구하고 있다.

커뮤니티 게시글에는 "저도 일방적인 방송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댓글이 다수 달렸다. 다른 누리꾼들은 "파급력이 큰 채널일수록 꼼꼼하게 사실관계를 확인했어야 한다", "근본적인 잘못은 거짓 제보를 한 가게 사장에게 있다"는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장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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