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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뒤집혔나… 통영 어선 전복 사고로 4명 사망, 5명 실종

입력
2024.03.10 16:54
수정
2024.03.10 18:25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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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 모두 구명조끼 착용 안 한 상태
통영해경, 원인 파악 및 수사본부 설치

통영 해양경찰서 등이 지난 9일 오전 경남 통영시 욕지도 남쪽 해상 68.52㎞(37해리) 지점에서 전복된 어선에서 구조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통영=연합뉴스

통영 해양경찰서 등이 지난 9일 오전 경남 통영시 욕지도 남쪽 해상 68.52㎞(37해리) 지점에서 전복된 어선에서 구조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통영=연합뉴스

제주에서 옥돔을 잡으러 경남 통영 욕지도 해상으로 갔던 어선이 전복되면서 승선원 9명 중 4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됐다. 갑자기 배가 뒤집히면서 승선원들은 구조요청이나 구명조끼 착용도 제대로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10일 통영해양경찰서는 사고 어선을 욕지도 북쪽 흰작살 해수욕장 앞 안전 해역으로 옮겨 와 크레인으로 들어 올려 선박 파손 여부와 내부 정밀 수색 등 사고 원인을 밝히기 위한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통영해경에는 수사본부가 설치됐다.

사고가 난 20톤급 근해연승 어선은 다른 선박 1척과 선단을 이뤄 지난 7일 오전 10시 36분 제주 한림항을 출항해 조업 중이었다. 함께 조업에 나섰던 다른 선박이 지난 9일 오전 6시쯤 사고 선박과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제주어선안전조업국에 알렸고, 오전 6시 43분쯤 통영시 욕지도 남쪽 37해리(68㎞) 해상에서 뒤집힌 채 떠 있는 상태로 발견됐다.

구조 작업에 나선 해경 구조대원들은 선체를 수색하는 과정에서 50대 한국인 선장을 조타실 안에서, 인도네시아 선원 2명을 선원실 입구 쪽에서 발견했다. 또 다른 인도네시아 선원 1명은 사고 현장에서 7해리(13㎞)가량 떨어진 해상에서 발견했다. 이들은 모두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해경은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순식간에 배가 뒤집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선원들은 선박 내부에서 미처 빠져나올 틈도 없이 구조 요청도 하지 못한 채 변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숨진 승선원은 모두 구명조끼를 입지 않은 상태였다. 선박 스크루에도 그물이 많이 감긴 점에 비춰 이로 인한 사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정석 통영해경 수사과장은 “육안상 외부 충격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선체 장애로 인한 가능성 등을 모두 열어놓고 수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고 선박에서는 구명부환(원형의 부력 물체)도 비치돼야 하지만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실종자들이 이를 이용한 뒤 휩쓸렸거나 전복 과정에서 유실됐는지 등은 해경이 확인하고 있다.

해경은 사망자 외에 한국인 1명과 인도네시아인 4명 등 실종자 5명을 찾기 위한 수색작업도 이어가고 있다. 수색에는 경비함정 16척을 비롯해 해군함정 2척, 유관기관 선박 7척, 민간구조선박 2척과 항공기 5대가 동원됐다. 제주와 서울 등에서 거주하고 있는 한국인 실종자 가족과 유가족 일부는 사고 소식을 듣고 통영으로 와 숙소에 머물고 있다. 인도네시아인 선원의 가족에 대해선 인도네시아 대사관을 통해 연락을 시도하고 있다.

제주도는 사고 당일 재난안전대책본부를 설치하고 한림수협에 실종자 가족 지원을 위한 현장 상황실을 마련했다. 해양수산부도 연근해 어선사고 위기대응 실무매뉴얼에 따라 위기경보 ‘심각’을 발령하고 해수부 장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중앙사고수습본부를 구성했다.

통영= 권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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