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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반도체 전쟁 가열... "美, 中기업 추가 제재" vs "中, 자립 속도"

입력
2024.03.10 19:0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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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중국 D램 업체 CXMT 등 무역 제재 검토
중, 36조 원 넘는 사상 최대 펀드 조성 '맞불'
"미, 대만 TSMC에 보조금 50억 달러 지급"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와 반도체 사진을 합성한 이미지.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와 반도체 사진을 합성한 이미지. 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중국 D램 생산 기업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등을 포함한 중국 반도체 기업 6곳에 대해 추가 제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고 중국을 배제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미국에 투자하는 해외 반도체 기업에 대한 보조금 규모도 점차 윤곽이 드러나고 있는데, 대만 TSMC가 최다 액수를 받게 될 공산이 크다.

이에 맞서 중국 정부는 '반도체 굴기(倔起·우뚝 섬)' 의지를 더 다지고 있다.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 펀드 조성에 나선 것이다. 중국의 '고립'이냐, '자립'이냐를 둘러싼 미중 간 반도체 전쟁이 점점 가열되는 모습이다.

미 추가 제재 검토에... 중국, 산업 육성 드라이브

블룸버그통신은 9일(현지시간) 미국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이 중국 CXMT를 거래 제한 기업 명단(블랙리스트)에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기업이 블랙리스트 등재 기업에 기술, 제품 등을 수출하려면 정부의 특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사실상의 수출 금지 조치다.

현재 중국 기업으로는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기업 SMIC, 국영 반도체 회사 상하이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SMEE), 중국 최대 3D 낸드플래시 메모리 제조업체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등이 올라 있다. 블룸버그는 "(블랙리스트 포함 여부를 결정하는) BIS가 CXMT 외 중국 반도체 기업 5곳의 추가도 검토 중"이라며 명단 변동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CXMT는 2016년 중국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과 같은 D램 제조사들을 잡겠다는 목표로 설립한 회사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받고 있으나 지난해 세계 D램 시장 점유율은 1%에도 못 미친다. 아직 존재감이 미미한데도, 미국이 작년 연방기관들에 CXMT 칩 구매·사용 금지를 내린 데 이어 블랙리스트 등재까지 추진하는 것은 그만큼 '대(對)중국 제재' 의지가 강하다는 뜻이다. 중국 반도체 산업 성장의 '싹'부터 제거하려는 셈이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이 지난해 7월 공개한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파운드리공장 공사 현장. 삼성전자 제공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이 지난해 7월 공개한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파운드리공장 공사 현장. 삼성전자 제공

사실 지난해 11월 미중 정상회담 전후, 일각에선 미국의 대중 무역 제재가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추가 제재' 카드까지 만지작거리는 모습을 두고 블룸버그는 "화웨이의 칩 혁신에 대한 대응"이라고 풀이했다. 작년 8월 화웨이의 7나노(nm·10억 분의 1m)급 첨단 반도체 탑재 최신형 스마트폰 깜짝 공개 이후, '수출 통제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고 한다. 해당 반도체는 2020년 미국 블랙리스트에 오른 중국 SMIC가 생산했다. 이에 미국 정부는 최근 한국과 네덜란드, 독일, 일본 등에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 강화'를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제재 장벽을 더 높이려 하자, 중국의 대응 움직임도 분주해지는 모양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정부의 반도체 산업 육성 펀드인 '대기금'(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펀드)은 2019년 조성했던 2,000억 위안(약 36조 원)의 2차 펀드 금액을 뛰어넘는 규모의 3차 펀드를 조성 중이다. 모금은 앞으로 수개월간 지방 정부, 국영 기업 등을 대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삼성전자, 미 보조금 더 받기 위해 추가 투자 논의"

이런 가운데, 이달 말까지 발표될 것으로 알려진 미국 정부의 반도체지원법(칩스법) 관련 보조금 지원 계획도 구체화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미국 정부가 대만 TSMC에 보조금 50억 달러 이상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8일 전했다. 칩스법은 미국 내 반도체 생산 시설 확대에 5년간 총 520억 달러(약 70조 원) 규모의 정부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현재 TSMC는 애리조나주(州)에 400억 달러를 투자해 공장 2개를 짓고 있다.

블룸버그는 "삼성전자도 수십억 달러를 받을 예정이지만 금액은 유동적"이라고 짚었다. TSMC를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텍사스주 공장 신설에 170억 달러를 투자한 삼성전자가 받을 보조금은 20억 달러 안팎일 공산이 크다. 다만 통신은 "삼성전자가 보조금 액수를 늘리기 위해 미국 정부와 추가 투자 계획을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보조금 액수를 협상 카드 삼아 삼성전자의 추가 투자를 끌어내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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