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저림, 혈액순환 문제보다 다른 원인도 많아

입력
2024.03.10 18: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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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헌 교수의 건강 제안]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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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세 여성이 3개월 전부터 양손이 저리고 화끈거리며 밤에 증상이 더 심해졌다. 약국에서 혈액순환 개선제를 구매해 복용했지만, 증상이 좋아지지 않아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겼거나 뇌졸중 전조 증상이 아닌가 걱정돼 병원을 방문해 진료를 받았다. 손목터널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손 저림은 팔이나 손 신경이 손상·자극되거나 눌렸을 때 발생할 수 있다. 흔한 원인 중 하나가 손목의 정중신경이 눌려 저림과 통증 등이 나타나는 손목터널증후군이다.

정중신경은 손목 안의 좁은 공간을 통해 지나가는데, 손목을 과도하게 반복 사용하거나 정중신경이 지나가는 손목 안 공간이 좁아질 수 있는 질환이 있으면 신경이 눌려 손 저림이 유발될 수 있다.

목 디스크로 탈출한 디스크가 경추신경을 눌러 손 저림을 유발할 수도 있다. 같은 자세로 오래 잠을 자거나 팔꿈치로 기댄 자세를 오래 유지하면서 신경이 눌려 손 저림이 나타날 수도 있다.

당뇨병 환자에게서도 손 저림이 나타날 수 있다. 혈당이 높으면 신경섬유가 손상을 받아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이 생겨 손발이 저리고 감각 이상이 오면서 통증이 나타난다.

흔하지는 않지만 뇌나 척수, 그 주위의 문제로 손 저림이 나타날 수 있다. 뇌혈관질환이나 뇌, 척수 부위 종양이 손 저림을 유발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팔이나 손의 힘이 약해지거나 기능이 저하되는 증상이 동반될 때가 많다. 또한 약물 복용, 비타민 B12 등의 영양 결핍, 과도한 음주로 인해 손 저림이 나타날 수도 있다.

손 저림의 원인을 추정하는 데 도움이 되는 소견이 몇 가지 있다. 우선 손 저림 범위가 어디까지 인가인데, 새끼손가락만은 저리지 않다면 혈액순환 문제보다 신경과 질환일 가능성이 크고 그중에서도 가장 흔한 원인이 손목터널증후군이다.

손 저림이 양손에 모두 나타나는지, 한쪽 손에만 나타나는지도 중요하다. 뇌에 이상이 있으면 손 저림이 대부분 한쪽에 나타나고 두통·어지러움·발음장애·언어장애·근력 저하·보행장애 등 다른 증상이 동반될 때가 흔하다.

그다음으로는 당뇨병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혈당이 높아지게 되면 동맥·정맥 등의 말초혈관과 모세혈관에 혈액순환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신경에 혈액을 공급하는 신경혈관이 좁아지고 막히면서 말초신경 손상이 일어나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은 전체 당뇨병 환자의 50% 정도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당뇨병을 오래 앓을수록, 나이가 많을수록, 그리고 혈당 조절을 제대로 하지 않을수록 더 흔하게 발생하게 된다.

손 저림이 지속되면 병원을 방문해 문진과 진찰을 받고, 혈당 검사·갑상선 기능 검사·전해질 검사·혈중 비타민 검사 등 혈액검사를 받아야 한다. 원인 질환을 확인하기 위해 신경 전도 검사·컴퓨터단층촬영(CT)·자기공명영상(MRI) 검사 등을 시행할 수도 있다.

손 저림 치료는 원인에 따라 달라진다. 약물이 원인이면 원인 약물을 대체해야 하고, 비타민이나 전해질 이상이 원인이라면 식사 요법이나 영양제 처방을 할 수 있다.

수근관터널증후군이나 목 디스크, 종양 등이 원인이라면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특별한 원인이 없는 손 저림은 진통제·소염진통제·항경련제 등을 먹거나, 손 부목을 착용하고 손 사용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증상이 좋아질 수 있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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