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원 폭로' 나비효과... 기아 장정석·김종국 재판행

입력
2024.03.07 20:06
수정
2024.03.07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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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억대 뒷돈 받아 챙긴 혐의 기소
후원사로부터 광고계약 대가로 받아
박동원에 3차례 2억 요구한 혐의도

후원 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은 혐의를 받는 프로야구 기아 타이거즈의 김종국(왼쪽 사진) 전 감독과 장정석 전 단장이 올해 1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후원 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은 혐의를 받는 프로야구 기아 타이거즈의 김종국(왼쪽 사진) 전 감독과 장정석 전 단장이 올해 1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프로야구단 기아 타이거즈의 장정석 전 단장과 김종국 전 감독이 후원사로부터 뒷돈을 받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중요범죄조사부(부장 이일규)는 7일 배임수재와 배임수재 미수 등 혐의로 장 전 단장을, 배임수재 혐의로 김 전 감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에게 금품을 건넨 커피업체 A사 대표 김모씨는 배임증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사는 기아 후원사였다.

장 전 단장과 김 전 감독은 2022년 10월 야구장 내 감독실에서 김씨로부터 야구장 펜스 홈런존 신설 등 추가 광고계약 관련 편의를 제공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1억 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장 전 단장과 김 전 감독이 김씨에게 받은 돈을 각각 5,000만 원씩 나누어 가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김 전 감독은 같은 해 7월 김씨로부터 선수 유니폼 견장 광고 계약 관련 편의를 제공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6,000만 원을 따로 받은 혐의도 있다.

검찰은 두 사람이 김씨의 요구 사항이 반영되도록 힘을 쓴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전 감독은 김씨의 광고계약 희망 의사 등 요구를 장 전 단장에게 전했고, 구단 광고 담당 직원에게 A사 직원 연락처를 직접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장 전 단장은 구장 내 홈런존 신설과 관련한 김씨의 요구 사항을 구단 마케팅 담당자에게 전달해 계획안을 보고하는 등 각종 요구 사항이 반영되도록 조치했다. 이들이 관여하면서 A사가 원하는 대로 각종 광고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는 것이 검찰 결론이다.

두 사람은 돈을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김씨가 야구단의 열성팬이라 선수들의 사기 진작을 위한 격려금으로 건네준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마련한 규약에 어긋난다. KBO는 2016년부터 선수에게 연봉 외 격려금 등을 지급하는 것을 금지하는 '메리트 금지 세칙'을 시행하고 있다.

이들의 범행은 기아 소속이었던 박동원(현 LG 트윈스)의 폭로로 드러난 셈이다. 장 전 단장은 2022년 5~8월 박동원에게 최소 12억 원의 FA 계약금을 받게 해주겠다며 2억 원을 달라고 세 차례 요구했다. 자괴감을 느낀 박동원은 구단에 그의 비위를 알렸고, 구단 신고를 받은 KBO는 자체 조사를 거쳐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검찰은 장 전 단장의 뒷돈 요구에 대해서도 배임수재 미수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 관계자는 "장 전 단장 등은 금품수수 사실을 구단이나 선수단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고 받은 돈 대부분을 주식투자나 자녀 용돈, 여행비용, 개인 간 돈거래 등에 사용하는 등 개인적으로 착복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스포츠계의 불법적인 금품 수수에 대해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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