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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뒤 사과 재배지 국토의 1%... ‘金 과일’ 앞으로도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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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겨울에는 과일 사 먹을 엄두가 안 나네요. 너무 비싸서.”
충북 청주시에 사는 홍계숙(65)씨는 3일 시장에 갔다가 과일값을 보고 깜짝 놀랐다. 사과 한 상자(10㎏)에 7만8,000원이란 가격표가 붙어 있어서다. 치솟은 생활물가에 고민을 거듭하던 홍씨는 “손주들 주려고 큰마음 먹고 샀다”고 말했다. 그가 산 사과 가격은 평년 가격(4만1,646원‧후지 품종 기준)의 약 1.9배다.
지난해 계속된 이상기후로 폭등한 과일가격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급속한 고령화로 과일 재배면적이 줄고 있는 데다, 기후변화로 과일 재배 가능 면적마저 빠르게 위축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단기에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여서, 과일가격 상승에 따른 장바구니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과일가격이 뛴 건 지난해 계속된 이상기후로 흉작이 들었기 때문이다. 봄에는 이상저온, 여름에는 폭염‧폭우, 수확기 탄저병 발생 등 악재가 겹치면서 작황이 부진했다. 그 결과 지난해 9월(24.4%‧전년 동월 대비)부터 전년 대비 20%를 훌쩍 넘긴 과일가격 상승률은 지난달 38.3%까지 치솟았다. 2월 전체 물가상승률(3.1%)의 12배를 웃돈다. 과일이 물가를 끌어올린 셈이다. 공급 부족으로 저장해 둔 사과‧배가 부족한 만큼 과일가격 초강세는 햇과일이 나오는 오는 가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문제는 ‘금값 과일’ 현상이 추세적으로 계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의 부담요인은 고령화로 인한 과일 재배면적의 축소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최근 사과 재배면적이 올해 3만3,800㏊에서 2033년엔 3만900㏊로 8.6%(2,900㏊) 줄어들 걸로 봤다. 여의도(290㏊)의 10배 면적이 사라진다는 얘기다.
이상기후는 재배면적 감소를 더욱 부추겨 공급 충격을 키울 것으로도 전망됐다. 농촌진흥청의 6대 과일 재배지 변동 예측 결과를 보면, 과거 30년(1981~2010년)에는 전 국토의 68.7%(672만4,000㏊)에서 사과를 키울 수 있었다. 그러나 2030년대부터는 영‧호남 대부분 지역이 사과재배가능지에서 빠진다. 2050년대가 되면 강원 일부에서만 사과를 수확할 수 있고, 2070년대에는 사과 재배 가능 지역이 전 국토의 1.1%(10만6,000㏊)로 쪼그라든다.
해당 수치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가 발표한 ‘기후변화 시나리오(SSP5-8.5)’를 근거로 했다. 인류의 화석연료 사용량 확대를 전제로 한 시나리오다. 비관적인 전망에 바탕을 뒀지만 지구온난화를 되돌리지 않은 한, 서늘한 기후에서 자라는 사과의 소멸은 가까운 미래에 현실이 될 수 있다.
다른 주요 과일도 비슷하다. 배의 재배 가능 지역도 과거 30년에는 국토의 89.8%였으나, 약 50년 뒤인 2070년대엔 30.1%, 2090년대에는 6.0%로 급감한다. 복숭아 역시 82.2%(과거 30년 평균)→29.9%(2070년대)→6.1%(2090년대)로 재배 가능 면적이 위축된다. 다만 국토 대부분이 아열대기후에 속하게 되면서 단감과 귤은 재배 가능 면적이 확대될 것으로 추산됐다.
한현희 농촌진흥청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연구관은 “기후변화가 진행될수록 이상기후가 더욱 자주 발생해 과일 생산 피해를 키울 수 있다”며 “아열대성 기후에도 잘 자라는 새로운 품종 개발 등 기후변화 적응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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