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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 원전 기술표준협의체 만들자" 테라파워는 왜 HD현대에 손 내밀었나

입력
2024.03.0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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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 원전 기술개발 유리한 고지 선점
원전 실을 선박 필요, 조선 기술 인정

HD현대 기업이미지(CI)와 '해상 원자력 에너지 협의기구'(NEMO·Nuclear Energy Maritime Organization) 로고. HD현대 제공

HD현대 기업이미지(CI)와 '해상 원자력 에너지 협의기구'(NEMO·Nuclear Energy Maritime Organization) 로고. HD현대 제공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 빌 게이츠가 2008년 미국에 세운 소형모듈원자로(SMR) 설계 기업 테라파워가 HD현대 측에 "해상원자력 기술표준 협의체를 만들자"고 제안해 실행에 들어갔다. HD현대로서는 차세대 원전 기술 개발에서 유리한 고지에 오른 셈이다.

HD현대의 조선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테라파워 등과 '해상 원자력 에너지 협의기구'(NEMO·Nuclear Energy Maritime Organization)를 공동 설립했다고 6일 밝혔다.

해상 원전 기술을 개발 중인 테라파워가 HD현대에 먼저 협의체 설립 참여를 제안했다는 설명이다. 앞서 HD현대는 2022년 테라파워에 3,000만 달러(당시 약 401억 원)를 투자했으며 SMR 기술개발을 위한 공동연구도 하고 있다.

해상 원전은 SMR을 실은 선박을 연안에 두고 지상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육상에 원전을 설치하지 않고도 소규모 섬나라는 물론 인구가 집중된 도시 등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일 예보가 있으면 원전을 옮겨 사고 위험을 줄일 수 있어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같은 위험성을 줄일 수 있는 대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같은 해상 원전을 실행하려면 튼튼한 배가 필요한데 테라파워가 HD현대의 조선 기술을 인정한 셈이란 설명이다.

영국 런던에 사무국을 둔 NEMO는 국제해사기구(IMO),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함께 해상 원자력 배치, 운영 및 해체에 이르는 글로벌 표준과 규정을 제정할 예정이다. 또 해상 원자력 상용화도 추진한다. NEMO에는 테라파워를 비롯해 미국 원전 기업 웨스팅하우스, SMR의 하나인 용융염원자로(MSR) 설계 기업인 덴마크의 시보그 등 7개 나라 11개 기업이 참여했다.

NEMO의 초대 의장을 맡은 맘도우 엘-샤나와니 전 IAEA 안전 부문 책임자는 "NEMO 출범이 해상 원자력 시대를 앞당길 초석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NEMO의 운영위원으로 활동할 HD한국조선해양 그린에너지연구랩 박상민 부문장은 "해상 환경에 적용할 차세대 SMR 상용화를 위해서는 글로벌 표준 수립이 필수적"이라며 "이번 기구 설립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조선과 원자력 분야 시장을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김청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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