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복심' 유영하, TK서 현역 제치고 공천…'탄핵의 강'에 다시 발 담그나

입력
2024.03.05 19:0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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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무적 판단도"… '朴 영향력 의식' 해석
친박 공천에 부동층 표심 영향 가능성

유영하(오른쪽) 변호사가 지난달 5일 오후 대구 호텔인터불고에서 열린 도서 '박근혜 회고록 : 어둠을 지나 미래로1·2' 출간기념회에서 발언하며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유영하(오른쪽) 변호사가 지난달 5일 오후 대구 호텔인터불고에서 열린 도서 '박근혜 회고록 : 어둠을 지나 미래로1·2' 출간기념회에서 발언하며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국민의힘이 5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인 유영하 변호사를 대구 달서갑에 단수 공천했다. 해당 지역 현역인 홍석준(초선) 의원은 공천 배제(컷오프)됐다. 대구·경북(TK)에서 여전히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의 후광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당이 다시 '탄핵의 강'에 발을 담그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가 당 안팎에서 제기된다.

정영환 공관위원장은 이날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유 변호사 등의 공천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민의힘은 달서갑을 포함, 대구 동군위갑, 동을, 북갑 및 경북 구미을 등 TK지역의 공천 방식에 대한 결정을 미뤄왔다. 정 위원장은 "굉장히 논의를 많이 했다"며 "현역 의원도 있고 해서 오늘 아침까지도 논의에 논의를 했다"고 설명했다.

장동혁 사무총장은 유 변호사 공천을 "시스템 공천 범위 내 결정"이라고 밝혔다. "(달서갑에 공천을) 신청한 후보자 중 유 변호사의 점수가 가장 높았고, 1등과 2등의 점수차도 유의미한 차이가 있었다"는 것이다. 공관위가 정한 단수 추천의 기준은 △여론조사에서 1위 후보 지지율이 2위 후보의 2배 이상인 경우 △공천심사 총점(100점 만점)에서 1위와 2위의 점수차가 30점을 초과한 경우 △공관위가 재적 3분의 2 이상 동의로 의결한 경우 등이다.

그럼에도 박 전 대통령의 후광 효과를 의심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유 변호사가 박 전 대통령의 측근 중 측근으로 꼽히는 인사이기 때문이다. TK를 중심으로 보수층에 여전히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가 남아있는 만큼, 총선을 앞두고 그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박 전 대통령 역시 지난달 5일 대구에서 열린 회고록 출간 기념 북콘서트에서 "정치에 다시 참여하지 않겠다"고 전제하면서도 "국민 여러분의 큰 사랑에 보답하고 앞으로 우리나라가 발전해 나가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며 총선 간접 지원 의사를 밝혔다. 당시 유 변호사도 패널로 참석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부터 3개월간 박 전 대통령을 매달 만나며 공들인 점도 이 같은 맥락과 무관치 않다. 정 위원장은 공천 배경에 대해 "정무적 판단 부분도 들어가 있다"고 말했는데, 이런 배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발언으로 읽힌다.

당 안팎으론 우려의 분위기가 일부 감지된다. '공천이 곧 당선'인 대구 지역에서의 유 변호사 공천 결정이 부동층 표심은 물론이고, 총선 후 여론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박 전 대통령 탄핵의 부당함을 주장하고 지난 총선 후 '부정선거'를 주장한 단체에 참여했던 도태우 변호사도 대구 중남에서 현역 임병헌 의원을 꺾고 출마를 확정했다.

유 변호사에게 밀린 홍 의원은 6일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홍 의원 측은 "이의제기를 할 예정"이라며 "당의 합리적 판단을 기다릴 것"이라고 전했다.

정준기 기자
나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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